아시아 신흥국 "해외자금 이탈 막자" 안간힘

인니, 공항 등 투자규제 폐지 - 몽골, 부가·법인세 인상 억제


아시아 신흥국이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촉발할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자본에 대한 투자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공항·항만시설 및 발전소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규제를 폐지해 49~10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배급 회사에도 5%까지 출자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제약·금융업의 지분제한도 완화하기로 했다. 베트남도 올해부터 국내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 상한을 높여 상장사는 당초 49%에서 60%로, 비상장사는 49%까지 확대했다. 은행에 대해서도 최대 20%까지 외국 자금 출자를 허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해외 자금유입이 43%나 감소했던 몽골은 최근 광산업·정보통신·금융 등 전략산업 투자에 대한 정부 승인절차를 폐지했다. 몽골 정부는 이와 함께 5~22년간 부가세·법인세·광산사용료 인상 억제라는 파격적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며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RBI)도 인도 현지법인에 대한 외국계 모기업의 대출규제를 풀어 해외 자금유입을 용이하게 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2월 테이퍼링을 단행한 이래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에서 대거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테이퍼링 우려에 자금유출 홍역을 치렀던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올 들어서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올 한해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은 16일 내놓은 올해 환율전망 보고서에서 "아시아 통화약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주요 신흥국이 적극적인 규제철폐에 매달리는 데는 지난해 수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더 이상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신흥국으로서는 경기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금리인상보다 장기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제완화가 적절한 선택"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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