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용득' 한국노총 어디로…

'지도력 부재' 직면으로 민노총에 힘실릴 가능성
보수화 흐름속 차기위원장 조직장악 한계
노·사·정 대화틀 약화로 "노사관계에 부정적"

이용득 위원장

장석춘 위원장

이용득(54) 한국노총 위원장의 차기 위원장 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장석춘(50) 차기 위원장 체제가 확실시되면서 한국노총의 노동운동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포스트 이용득’ 체제의 한국노총은 보수화 흐름 속에 지도력 부재 현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동운동의 무게 중심이 민주노총으로 기울고 기존 노ㆍ사ㆍ정 대화의 틀이 약화되면서 노사관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0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최근 전격적으로 내년 1월 말 예정된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현재 출마 의사를 밝힌 유일한 후보로 이 위원장이 지지를 선언한 장석춘 전국금속노조연맹 위원장이 이변이 없는 한 한국노총의 새 위원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장 위원장은 지난 1999년 LG전자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뒤 3선에 성공했으며 투쟁 경력보다는 교섭력과 친화력이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위원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이번 선거가 이 위원장 중심의 한국노총 내 ‘개혁파’와 개혁에 반감을 가진 ‘보수파’간의 대결 구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한국교통운수노련(KTF)으로 대표되는 보수파가 이 위원장의 개혁정책 및 독선적 조직운영에 불만을 품고 장 위원장을 차기 위원장으로 밀자 이 위원장이 보수세력의 결집을 막기 위해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이 위원장은 선거가 ‘이용득 대 반이용득’ 구도로 치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불출마를 결정했으며 장 위원장에게서 현재의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노총이 이 위원장의 바람대로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번 파동을 계기로 보수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 위원장에 비해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장 위원장이 조직을 장악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재 민주노총과 ‘힘의 균형’을 이루던 한국노총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돼 향후 노동운동의 무게 중심이 강경 투쟁을 주도하는 민주노총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노사정위원회 등 한국노총이 참여한 기존 노사정 대화체제 역시 지금보다 힘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위원장 체제의 한국노총과 함께 노사정 협의체제를 구축해 온 경제단체들은 이 위원장의 퇴진에 대비해 기존 사업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노총은 내년 1월29일 강서구 88체육관에서 3,000여명의 선거인단이 모여 차기 위원장을 뽑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