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장 韓부총리 달라졌네"

영화인 반발 불구 스크린쿼터 축소 강행·직접 지시 정책 늘어
내달초엔 日 IR 나서




취임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지난해 8월. ㈜대한민국호(號)의 경제수장은 무척이나 피로해 보였다. 보는 사람마다 “흰머리가 너무 많아졌다. 안색이 너무 좋지 않다”는 말을 주저 없이 꺼냈다. 그로 그럴 것이 도통 되는 일이 없었다. 사사건건 여당과 청와대에 치여 ‘경제부총리 어디 갔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한덕수(사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렇게 좀처럼 자신의 색깔을 찾지 못했고 급기야 리더십 논란까지 불러왔다. 그랬던 부총리가 달라지고 있다. 새해 들어 불과 한달 만이다. 지난 26일 정례브리핑 자리에 선 부총리는 모두발언에만 30분을 할애했다. 아침 일찍 대외경제정책회의를 주재하더니 껄끄러운 사안인 스크린쿼터 발표를 자신이 직접 맡았다. 관심은 스크린쿼터와 증세(增稅) 문제에 쏠렸지만 이날 발언에 중소기업 지원책 등 눈에 띄는 정책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던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Mr. 개방’이라는 별칭에서 일컬어지듯 자유무역협정(FTA) 등 대외 개방 이슈들이 부각되고 있는 점은 한 부총리에게 더욱 힘이 되고 있는 듯하다. 오찬에서는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를 조아리고 죄송하다”며 극도로 조심스러운 표현을 쓰면서도 “영화인들의 반발이 있어도 강행하겠다”면서 경제수장으로서의 ‘뚝심’을 나타냈다. 2월 초에는 경제수장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 IR에 나서기도 한다. 부총리의 이런 자신감은 사실 올초부터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연초 첫 간부회의에서는 재경부의 경제정책 조정 및 기획에 대한 역할을 유달리 강조했다. 한 측근은 ‘부총리로서의 기능’을 다잡겠다는 의지인 것 같다고 전했다.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과 금융(보험)개혁 방안 등 자신이 직접 지시하는 정책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외환시장 개방대책 중 백미로 일컬어졌던 거주자의 주거용 해외 부동산 취득 신고를 일반 외국환은행에서도 가능하게 한 조치도 부총리가 직접 지시한 것이다. 재경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제는 경기회복을 자신해도 되지 않겠느냐. 더욱이 이제 유임을 확실하게 보장받았다. 통치권자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달라진 부총리’에 대한 바람도 커지고 있다. 부처간 이해갈등으로 수개월째 질척거리고 있는 과제들에 대해 보다 확실한 리더십을 행사하라는 것이다. 환경부와의 갈등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테마파크 신설건이 대표적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선임 연구위원은 “한 부총리가 내세웠던 ‘합리적 리더십’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며 “지금은 추진력과 속도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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