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창조경제와 정부의 역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탄생한 미래창조과학부에 정보기술(IT) 업계는 기대가 크다. IT산업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과거 정보통신부와 비슷해 보이지만 벤처기업을 육성해 창조경제를 견인하겠다는 미래부의 권한과 역할은 벌써부터 여느 부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이미 미래부는 벤처기업 창업자금으로 올해 추경예산보다 9조원이 많은 26조원을 편성하고 벤처기업을 '창조'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막상 현장을 둘러보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벤처기업 육성에 자본이 중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카카오톡 게임'의 사례를 보듯 성패는 자본이 아닌 플랫폼에서 결정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매출 구조를 보면 자본의 논리가 얼마나 무색한지 금세 나타난다.

카카오톡에 등록된 게임을 하나 구입하면 서비스 사업자인 카카오는 21%를 가져가지만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구글과 애플은 수수료 명목으로 30%를 떼간다. 나머지 49%가 콘텐츠 개발사의 몫이지만 이마저도 개발사와 배급사가 또다시 나눠가진다. 아무리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더라도 '자릿값'명목으로 글로벌 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절반이나 된다는 얘기다.

차세대 콘텐츠 산업의 총아로 부상한 게임 아이템 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그간 우리 정부는 게임 산업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아이템 거래를 강력하게 규제해왔다. 사행성을 조장하고 게임 시장이 과열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세계 최대 게임업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 게임 '디아블로3'에 아이템 현금 거래를 도입했고 중국은 아예 정부 차원에서 게임 아이템 시장을 육성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규제는 오히려 지하경제만 키운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스마트폰OS에 이어 최소 10조원에 달하는 게임 아이템 시장도 외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주도하는 창조경제는 방향을 설정하는 선에 머물러야 한다. 목적지까지 데리고 가겠다는 욕심은 결국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이미 정부는 2010년 국가 주도의 스마트폰OS를 개발하겠다고 나섰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창업과 콘텐츠는 벤처기업에 맡기고 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플랫폼을 육성하는 것이 IT창조경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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