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박 경계 명확히 정해야"

영등위 심사통과 게임도 사법부 인정 안하면 불법
고무줄 잣대 '혼란'… '4-9-2룰'도 기준안돼
"사행성 기분 모호하다" 게임업체 불만 고조
도박 용인한도 정하고 관련제도 재정비해야

게임과 도박의 경계는 무엇인가. 현재 국내에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아케이드 게임 외에도 고스톱, 포커 게임 등이 온-오프라인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불거지면서 전국이 도박장화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도박과 게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사법부는 “건전한 상식에 비춰 과도한 사행성이 인정되면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게임도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사행성 게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불만의 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게임제작업자 및 온라인 게임 제공업체들은 “사행성 규정 자체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게임성과 사행성 구분이 불명확한 경우도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 도박의 정의 도박의 사전적 정의는 “우연의 결과에 의해 손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도박은 형법상 불법이다. 그러나 모든 도박을 틀어막은 것은 아니고 일부 도박에 한해 법의 감시 하에 허용하고 있다. 합법적인 도박을 위해 제정된 법은 1.강원랜드법, 2.한국마사회법, 3.경정경륜법, 4.복권 및 복권기금법, 5.사행행위규제 및 처벌에 관한 특례법, 6.관광진흥법(외국인 전용 카지노) 7.전통소싸움경기운영에 관한 법률(우권법) 등이다. 이중 우권법은 지난 2003년 통과됐으나 아직 소싸움 시설이 완료되지 않아 도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 7개 특별법에 따른 도박 외에는 실정법상 모두 불법인 셈이다. 이론적으로 명절 때 치는 화투, 포커나 내기 골프도 불법이지만 사회적으로 용인할 만한 수준의 ‘여흥’이기 때문에 처벌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역시 판돈이 커지는 등 ‘여흥’ 수준이 넘어서면 불법행위로 처벌받아 왔다. ◇ "4-9-2룰이 도박기준 될 수 없어" 그동안 영등위에서 등급분류 심사시 게임이냐 도박이냐의 기준으로 삼아왔던 것이 바로 4-9-2룰이다. 그러나 이 룰도 더 이상 게임과 도박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진오 도박규제 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바다이야기가 조작돼 유통된 것도 문제지만 설령 조작이 안됐다 하더라도 문제가 많은 게임이었다”고 지적했다.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당시 경품고시기준으로 4-9-2룰을 만들었는데 이 룰 자체가 사행성을 규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4-9-2룰은 한 게임이 4초 이상 지속돼야하고 한 시간 투입금액이 9만원을 넘어서는 안되며 한 게임당 최고 경품액이 2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2만원짜리 경품이 연속적으로 터지는 ‘연타’ 도 이 룰에 따르면 불법이 아닌 셈이다. 사행성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사법부 역시 영등위 심사가 사행성의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이강원 부장판사)는 지난 6월 바다이야기 업소를 운영한 윤모씨 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게임기가 영등위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만으로 사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시상금이 최고 250만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안 이상 이 게임기를 이용해 영업을 한 것은 사행성을 조장한 범죄행위”라고 못박았다. ◇ 게임업체들 "사행성 기준 모호" 불만 이 같은 상황에서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사행성과 게임성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영등위의 심의 규정에 따르면 사행성 기준을 “과다한 배당이 있어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사용자 상호간에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결과에 따라 상호 손익이 직거래되는 내용” 등으로 하고 있다. 한 대형 온라인 게임 제공 포털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바다이야기의 사행성은 명확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도 많다”며 “사행성 기준이 불분명해 게임을 제작ㆍ제공하는 업체입장에서는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행성 기준에 대한 좀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며 영등위가 제대로 심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회적 합의 수준에 따라 도박성의 용인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남녀노소가 빠칭코를 즐기지만 그 자체가 사회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우리나라도 용인 가능한 수위가 어디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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