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스님과 목사님·신부님 등 종교인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는 방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추진하지 않기로 해 일단 내년 종교인 과세가 물 건너갔다.
이에 따라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이 마무리되는 데도 불구하고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당초 종교인 과세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실상 종교인 과세가 무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6년 4월 총선, 2017년 12월 대선이라는 굵직한 정치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28일 "종교인 과세는 논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아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지금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기에 적절한 시기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새누리당)도 "종교인들의 소득은 우리가 세금을 내고 난 뒤 남은 돈으로 헌금한 것"이라며 종교인 이중과세 우려를 들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여기에 야당 측도 국회 차원에서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기보다는 정부가 주도해야 할 사안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오는 8월 초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종교인에 대한 '원천징수'의 근거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개신교 측이 반발하자 미온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난 2월 '원천징수'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자진 신고·납부'로 한정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기재부는 종교인에 대해 가산세 규정도 두지 않아 개신교 일부에서 반발하는 세무조사 우려도 없애는 한편 종교인에게 근로장려금(EITC)의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의 정치논리라면 앞으로 총선과 대선을 감안할 때 박근혜 정부에서는 종교인 과세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종교인 과세에 대해 가톨릭의 경우 신부님 등 면세점 이하가 상당수이기는 하지만 1994년 이후 자발적으로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왔다. 불교 측도 종교인 과세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이다. 하지만 개신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은 찬성 입장이나 '예장합동' '예장고신' '예장합신' 등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자발적 납부를 주장하고 있다. 합동 측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종교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며 과세 시 교회에 대한 세무조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세무전문가는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투명하게 재정을 운영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자발적인 납세라면 세금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중과세 우려도 세법체계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