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상업은행의 투기적 거래를 제한하는 '볼커룰' 최종안의 10일 공개를 앞둔 가운데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일부 월가 대형은행들은 규제기관을 상대로 소송 준비에 돌입했고 HSBC 등 일부 대형은행은 은행사업 부문을 분리해 법 적용을 피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가 대형은행들이 업계 이익단체인 미국상공회의소·증권금융산업시장협회(SIFMA)와 함께 볼커룰의 최종안 표결에 참여하는 5개 미 규제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월가 은행들은 소송을 담당할 법무법인으로 로펌 깁슨던을 선임하고 법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소송을 진행하는 깁슨던의 유진 스칼리아 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의 이사 선임권을 강화한 규제안이 도출됐던 지난 2011년 업계 편에서 소송을 진행해 승리를 이끌어낸 바 있다.
볼커룰은 고객예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상업은행이 위험한 투자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대 다수 대형은행들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IB)을 겸하고 있어 초안보다 강화된 법안이 발효될 경우 수십억달러의 이익감소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법조계는 2년 전 만들어진 초안과 10일 도출될 최종안에 대해 규제기관들이 대형은행들에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을 소송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규제기관이 법안발효에 따른 효과와 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나 의회가 허용하는 투자수단을 금지하려는 볼커룰이 상위법인 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법)에 상충된다는 논리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강화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은행을 부문별로 나누려는 움직임도 등장했다. FT는 이날 별도의 기사에서 영국 최대 은행인 HSBC가 예대마진으로 운영되는 상업은행 부문과 개인·개인사업자의 대출 등을 담당하는 소매금융 부문을 전체 은행에서 분리해 별도 상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규제강화에 대비해 상업은행 부문과 투자 부문을 분리, 기존 은행업무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HSBC 영국 부문은 올 상반기 전체 이익의 57%를 소매금융 및 상업은행 부문에서, 40%를 글로벌투자 부문에서 얻었다.
FT는 "이 같은 움직임은 대형은행들이 볼커룰 최종안의 파장을 그만큼 우려한다는 방증"이라며 "대형은행에 강도 높은 규제가 집중되기에 은행을 쪼개려는 움직임은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