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 종이값 인상 공조 깨지나

그동안 종이 판매가격 인상에 관한 한 통일된 모습을 보여왔던 인쇄용지업체들이 최근에는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간 공조가 깨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3일 인쇄용지업계에 따르면 10월 성수기 이후 종이 판매가격을 정하면서 일부 업체는 할인률을 인하하는 등 가격인상을 추진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가격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내부적으로 가격을 올리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업체는 신호제지. 신호는 지난달 한차례 할인률을 인하한 데 이어 10월에도 2% 가량 추가로 인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업체별로 최고 35%까지 달하던 할인률이 최저 32%까지 떨어지게 된다. 회사측은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수익이 대략 3억원 가량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솔도 가격인상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10월부터 할인률을 1% 가량 인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거래처에서 가수요가 붙는 등 수요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신무림과 계림제지는 내달 가격인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신무림은 할인률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은 조성이 된 상태지만 경기침체, 미국 테러사태 등으로 시황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인 가격인상은 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계성도 업체별로 1~2% 정도 할인률에 차등을 두기는 하겠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달에 한 번 올린 바 있기 때문에 주변상황을 봐 가면서 좀 더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이 회사측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종이값 인상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이 그동안 암묵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공조체제가 점차 붕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고 있다. 어차피 2004년에는 무관세가 이루어지면 무한경쟁시기에 돌입하게 되는데 공조가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동결을 밝힌 업체들이 가격인상에 따른 점유율 하락이라는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해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할인률을 낮추지 않기로 결정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인쇄용지는 시장에서 물량이 부족한 상태고 아직 적정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인상요인은 충분하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국내외 환경 때문에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며 언제든 재검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영규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