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99년 경인선 개통 이후 114년간 지속돼온 철도 독점을 깨기 위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여러 방안을 두고 논란을 빚었던 수서발 KTX 운영권은 코레일이 설립한 자회사에 맡기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 방안이 정부안으로 최종 확정되면 수서~평택 KTX 신설 노선이 개통될 오는 2015년 이후에는 경부ㆍ호남 2개 노선에서 각각 서울역과 수서에서 출발하는 기존 KTX와 자회사가 서비스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 방안은 새 정부가 민간에 운영권을 위탁하는 기존 안을 폐기한 뒤 대안으로 검토해온 제2공사 설립안과 민관 합작법인 설립안을 절충한 것이다. 자회사에는 민간기업 참여가 배제되고 코레일과 연기금이 각각 30대70의 비율로 출자한다고 한다. 철도 독점 공기업을 지주회사로 개편해 자회사 간 경쟁을 유도한 독일식 모델인 셈이다.
절충안을 선택하다 보니 자회사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 코레일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경쟁을 해야 하는 어정쩡한 구조다. 정부는 독립경영을 정관으로 보장하겠다지만 그것만으로 실질적인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자회사는 차량과 역사는 물론이고 기관사를 비롯한 인력도 코레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강력한 노조가 버티고 있는 게 코레일 아닌가. 극단적으로 기존 KTX보다 최소 10% 이상 낮은 요금체계를 유지하겠다던 약속조차 지켜질지도 의문스럽다.
코레일의 출자지분을 30% 미만으로 제한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코레일의 지배력을 최소화하기보다는 자회사의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려는 꼼수 같아 보인다. 코레일이 대주주로 참여했다가 쫄딱 망한 용산개발회사 드림허브가 그랬다. 정부 통제를 벗어나면 되레 코레일에 휘둘릴 위험성은 더 커진다.
정부가 차선의 절충안을 선택한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배구조에서 허점이 드러나면 경쟁의 효과는 기대 이하다. 취약한 지배구조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금융지주회사에서 익히 드러난 바 있다. 제대로 된 경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좀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공청회에서 각계 전문가로부터 폭넓게 여론을 수렴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