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을 정도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30일 예정된 탄핵 절차를 앞두고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공권력과 친위 시위대를 동원한 대반격에 나선 반면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은 29일 와히드 대통령이 제안한 권력분점 안(案)을 공식 거부했다.
◇반격 나선 와히드
법질서 회복을 위한 특별 조치령을 내린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검찰을 통해 부패 혐의에 대한 결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마르주키 다루스만 검찰총장은 탄핵 사유가 된 조달청 공금 횡령 및 부르나이 국왕 기부금 증발 등 2건의 스캔들에 와히드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와히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이슬람 단체 나둘나툴 울라마(NU) 회원들도 이날 수도 자카르타와 동부 자바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전개했다.
동부 자바에서 상경한 1,000여명의 와히드 지지자들은 자카르타 곳곳에서 시위를 전개, 유혈 충돌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동부 자바에선 와히드파 시위대가 인도네시아 민주투쟁당(PDIP), 골카르당 사무실을 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 와히드 탄핵 강행
메가와티 부통령은 이날 자신이 이끄는 PDIP 당직자 회의를 소집, 정국 대응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와히드 대통령이 제시한 권력분점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메가와티는 또 30일 의회에서 와히드 탄핵을 위한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때 당원들은 찬성쪽으로 표를 던지라고 지시했다.
골카르당과 통일개발당(PPP)을 비롯한 10개 정파 중 6개 유력 정당들이 MPR 특별총회 강행을 천명한 가운데 메가와티 마저 공식적으로 탄핵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극적인 타협안이 도출되지 않는 한 와히드 퇴진 또는 유혈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PR 특별총회 소집은 의원 500명중 과반수 찬성으로 결의되며, 오는 8월 초순 개최될 특별총회에서 전체 대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탄핵을 가결할 수 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