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주인이 입주자 눈치 보기도빌딩 임대료 상승이 멈췄다.
임대료 인상폭을 놓고 건물주와 입주자간 줄다리기가 한창일 시기인데도 서울 시내 주요 빌딩 건물주들은 임대료 인상은 커녕 입주자의 눈치 보기에 바쁘다.
건물주가 거의 일방적으로 임대료 인상폭을 결정, 통보하는 임대료 조정이 사라졌다. 대신 입주자를 잡아두기 위해 임대료 인상시기를 미루거나 기존 임대조건으로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일부 건물주는 입주자들을 잡아두기 위해 관리비를 내려주는 등 사실상 임대료 깎아주기 경쟁에 나섰다.
기업들이 인원감축, 조직 통폐합 등 몸집을 줄이고 있어 사무실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주)임대정보서비스가 최근 서울시내 5백여개 빌딩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강북지역은 6∼7%, 강남은 7∼8%에 이르렀다. 지난 여름보다 무려 2∼3%이상 증가한 수치다.
기업의 사무실 이전에 따른 순환공실이 아니라 신규 수요가 없는 실질적인 공실이라는 점에서 임대료 인하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종로의 한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리지 않기로 하고 올해 수준에서 동결했다. 강남 테헤란로 H빌딩은 빈 사무실을 채우기 위해 임대료를 낮출 계획이었으나 기존 입주자들까지 임대료를 깎아달라는 바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신규 빌딩이나 대형 건물 빈사무실도 크게 늘어났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강남센터빌딩은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붙어있어 사옥입지로는 최상임에도 불구, 3∼16층 사무실중 겨우 2개층만 나가고 12개층이 비어 있다. 토지공사가 7개층을 빌려 쓰던 강남구 삼성동 삼성빌딩은 토공이 분당으로 이전한 뒤 아직껏 새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남대문 해운센터도 대한항공이 김포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새 입주자를 구하지 못하자 계열사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이밖에도 은행, 자동차회사, 여행사들이 건물 완공 전부터 서로 채가기 바빴던 목좋은 곳의 1층 점포도 빈 곳이 늘고 있다. 금융사 신규점포 계획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고 여행사나 자동차업계도 불황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임대정보서비스 신승택 사장은 『많은 빌딩이 임대료를 5%이내에서 인상하거나 아예 동결하는 추세』라고 밝혔다.<유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