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범하는 참여정부는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12대 국정과제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 국정과제는 대통령의 국가과학기술 발전과 이를 통한 국가경제사회 발전의 염원을 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국정과제가 구체화되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은 보는 시각의 다양함과 여러 상충되는 가치들의 혼재로 우리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과 관련하여 우선 일반 국민들은 이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문보다 과학기술이 중심에 위치해야 하고 이를 정부가 구현하겠다는 정책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각에는 국민들의 꿈과 희망이 내포되어 있어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라는 국정과제 설정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과 관련하여 시민단체, 과학기술계, 산업계 등 이해 당사자들이 보는 시각에는 다양하고 서로 상충되는 가치들이 내포되어 있다.
우선 시민단체(NGO)들은 그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이 경제성장 뒷받침, 연구개발투자 효율성 제고, 과학기술 육성 등과 같은 경제적 가치 중시에서 앞으로는 국민들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 생태적 건강성 제고, 소외된 과학기술계층 즉, 여성 및 지방 등에 대한 참여와 자원배분 증대 등 사회적 가치 중시쪽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자들이 사회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보다 많은 권익과 경제적 자원을 배분 받으면서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에는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accountability)에 대한 공방을 가열시킬 개연성도 포함되어 있다.
산업계의 시각은 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보다 많은 역할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러한 시각에는 정부-민간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 PPP) 제고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세금 등으로 정부가 조성한 공공재원이 기업들의 연구개발 지원으로 많이 흘러 들어감으로써 생길 수 있는 공공재원의 사적 전유성 증대 문제, 그리고 정부가 더 많은 연구개발 재원을 조성함으로써 민간부문의 자원이 정부부문으로 이전되어 생기는 구축효과(crowding effect)증대 가능성 등 부정적인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에는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고 서로 상충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 정부도 이러한 다양한 시각들과 가치들을 수렴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받아들여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이미 살펴본 것과 같이 다양한 시각들과 가치들의 상충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부는 정책을 수립, 집행함에 있어 이러한 다양한 시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수용해야 한다.
둘째,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둘러싸고 생기는 다양한 시각들은 새로운 개념과 비전이 태동할 때 생기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국정과제는 성과를 거두는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제부터 잘 가꾸어 나가야 하는, 시작 단계에 있다. 이는 가시적이고 대단한 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는다고 실망하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과학기술중심사회`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환경변화를 고려하면서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의 범위 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시각들과 가치들을 포괄하고 조화하는 새로운 정책이 추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지도자와 그를 보좌하는 국정 책임자들이 앞서 논의된 것들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국민들로부터 적극 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시각들과 가치들을 정책에 수렴, 조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계층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나이와 서열에 구애 없이 정책자문그룹에 참여시켜 청와대와 범 부처차원의 메커니즘을 새로 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자들을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은 헌신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로부터 과학기술중심사회 구현에 대한 믿음과 지지를 높여야 한다.
<조현대(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ㆍ경영과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