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강한 리더십은 없다"

자발성 중시 '서번트 리더십' 소설형식 빌어 강의■ 서번트 리더십 제임스 헌터 지음/시대의창 펴냄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극명하게 엇갈린 운명을 달리고 있는 두 가지 리더십이 있다. 하나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과 민주당의 리더십이고, 또 하나는 한국 축구의 16강 신화를 일군 대표팀 감독 히딩크의 리더십이다. '국민의 정부'를 자처했던 현정권이 거듭된 실정과 부패사건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반면, 외국인 감독 히딩크는 역사상 그 어떤 지도자도 준 적이 없는 큰 기쁨을 국민에게 선사했다. 두 리더십의 실패와 성공, 그 현격한 간극의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서번트 리더십'은 이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소설 형식을 빌어 리더십의 개념에서부터 리더십 개발방법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현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제임스 헌터는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그는 다양한 이력과 성격을 지닌 인물들을 소설에 등장시켜 '성공하는 리더십의 요체는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해 준다. 대기업의 핵심 관리자로 승승장구해 왔고, 재정적인 측면에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나무랄 데 없었던 주인공인 '나'(존)는 갑자기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뿌리 깊은 불화로 리더십의 한계에 직면한다. 그래서 존은 렌 호프만이라는 전설적인 기업인이 사제로 지내고 있다는 산골의 외딴 수도원으로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 주인공은 수도원에서 1주일간 렌 호프만의 지도로 '리더십 수업'을 받는다.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이 수업에는 농구코치인 크리스, 간호사 킴, 목사 리, 하사관 그랙, 공립학교 교장 테레사 등이 함께 한다. 이들은 존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리더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해 오다 벽에 맞닥뜨린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 수업. 렌 호프만은 "리더십이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설정된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술"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여기서 키 포인트는 '기술'과 '영향력'. 그는 리더십이란 하나의 기술이므로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 계발할 수 있으며, 목표달성을 위해 조직원을 다그치기 보다는 자발적인 참여를 이끄는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지는 수업에서 호프만은 영향력을 키우는 일은 리더의 의지에 달려 있으며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친절과 불친절, 겸손과 오만, 존중과 무례, 이타주의와 이기주의, 용서와 원망, 정직과 부정직.. 이 많은 대립항에서 전자를 선택하는 의지인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을 요체로 한 '서번트 리더십'의 완성은 리더의 인성(人性) 함양으로 모아지는 셈이다. 리더십 강의는 어느덧 종강시간. 호프만은 마지막 수업에서 리더의 인성을 함양하는 4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인내와 친절, 겸손과 존중, 용서와 정직 등 서번트 리더의 소양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첫단계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두번째 단계를 거쳐, 세번째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서번트 리더의 덕목들을 익히게 되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는 특별히 자신의 행동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타인의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영향력(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헌터가 주창하는 '서번트 리더십'은 군림하거나 관리하는 대신, 봉사하고 헌신함으로써 갈등의 뿌리를 해소하고 조화를 이루는 사랑과 포용의 리더십이다. 독자들은 지난 14일 한국-포르투갈 경기에서 박지성 선수가 16강을 결정짓는 골을 터뜨린 뒤 벤치로 달려가 히딩크 감독의 품에 얼싸 안겼던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여기서 히딩크의 리더십이 사랑과 포용, 자발성에 뿌리에 두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이탈리아의 16강전이 열리는 오늘 히딩크의 자발성을 강조하는 리더십이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해 내기를 기원하면서 '서번트 리더십'을 권한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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