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수험생끼리 '개인교습' 성행

준비경력 4~5년차 고수가 초년생에 月20만~40만원 받아
일부는 月300만~400만원 고수익…인근 학원선 '울상'


각종 국가고시에서 수험생들간의 개인교습이 고시 ‘신(新)풍속’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법시험에서 암암리에 유행했던 개인교습은 감정평가사ㆍ변리사 등 최근의 인기 고시에서도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고시학원 강사나 고시 합격생들의 개인교습이 많았으나 요즘은 고시 준비 경력 4~5년차의 ‘고수’ 수험생들이 ‘초짜’ 수험생들을 가르치는 ‘수험생끼리’의 개인교습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24일 감정평가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서는 개인교습 관련 글들이 꾸준히 올라왔다. 선생을 자처하는 이들은 ‘00학원 장학생 출신, 고시 준비 경력 5년, 지난해 1점차 탈락’ 등의 글로 자신을 홍보한 뒤 ‘2차 실무과정 6개월 00교재를 통해 완성’ 등 구체적 계획을 내놓는다. 개인과외는 20만~40만원, 그룹과외는 10만~20만원 정도의 교습비를 받는다. 실제로 다른 ‘고수’ 수험생에게 개인교습을 받고 있는 김모(25)양은 “감정평가사 2차 실무를 준비할 때는 혼자서 하는 공부에 한계를 느낀다”며 “학원에 가서 멀뚱멀뚱 알아듣지도 못하고 있느니 실력 있는 수험생 선배를 찾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올해 1차에 불합격해 내년 동차(같은 해에 1ㆍ2차 시험을 동시에 합격)를 계획 중인 성모(30)씨도 “시간이 촉박한 수험생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개인교습이 스터디나 학원보다 효율적”이라며 “수험생 선배들이 같은 수험생의 입장에서 학원보다 더 자세하게 가르친다”고 말했다. 수험생 선생들은 대부분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개인교습을 시작한 장수 수험생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유명세를 타고 한달에 300만~400만원까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시학원측 입장에서는 이들 ‘고수’ 수험생들이 반가울 리 없다. 서울 봉천동 서울법학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동영상 강의가 대세를 이루며 학원에서 직접 강의를 듣는 수험생들도 절반으로 줄어 가뜩이나 불황”이라며 “노하우가 있는 합격생이라면 모를까 다년간 합격을 못한 수험생들의 개인교습은 서로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놓고 교습 광고가 성행하자 눈살을 찌푸리는 수험생들도 많아지는 분위기다. 올해 3년째 감정평가사를 준비 중인 수험생 정모(29)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초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며 마치 합격한 것처럼 행세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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