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이 현실론을 눌렀다.”
6일 민주노동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투표 결과 당직과 공직을 전면 분리해야 한다는 안이 통과되자 한 당직자가 내뱉은 말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직ㆍ공직 겸임 금지라는 원안이 156명 중 89명의 찬성을 이끌어내 당내 논란에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원내 진출이라는 변화를 맞아 당대표의 대외 협상력이나 능력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원칙론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민노당은 이날 당 소속 국회의원이 최고위원을 비롯한 선출직 당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당규를 제정했다. 권영길 대표와 천영세 부대표, 노회찬 사무총장 등 현 지도부에 참여하고 있는 당선자들은 당연직 최고위원인 의원단 대표(원내대표)를 제외하고는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 선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지도부의 전면 교체가 불가피해졌으며 의원에 대한 당의 전면적인 통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국회의원의 개별 협상력이나 의지가 축소되는 대신 당 결정에 따른 정책 입안이나 입법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겸임 금지론자들이 반대 이유로 ‘원내활동 매몰’이나 ‘과도한 의회주의’를 내세웠던 점을 감안할 때 강경파의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노당은 오는 29일 당대회에서 당직자를 공식 선출할 때까지 각 정파간의 치열한 짝짓기열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현재 당대표에는 정윤광 전 지하철노조 위원장과 평당원인 김용환씨가 출마의사를 천명했으며 당내의 양대 축인 ‘범좌파계열’(민주노총 등)과 ‘민족주의계열’(전국연합 등)에서는 각각 부산대 김석준 교수와 정현찬 전 전농 의장을 내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사무총장 후보로는 김창현 전 울산동구청장이 출마의사를 밝혔고 김영탁 부대표와 김기수 대구 서구 위원장도 거론되고 있다.
문성현 전 금속연맹 위원장과 주대환 전 마산합포지구당위원장 등이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는 정책위의장도 ‘슈퍼파워’를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관심거리다.
민주노총의 핵심인 금속연맹을 이끌어온 문 전 위원장은 현장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학생운동 출신 노동운동가다. 주대환 전 위원장은 독립파 사회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론에 밝고 정책 분야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