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일부가 사실상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겨냥한 비판발언으로 해석돼 앞으로 한ㆍ일 관계에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해 한마디 꼭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국민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들을 흔히 지각 없는 국민이나 인기에 급급한 한두 사람의 정치인이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적 지도자의 수준에서는 해선 안된다”고 언급한 것. 이는 특정인을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 27일 오사카(大阪) 지방법원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기각하자 그 다음날인 28일 고이즈미 총리가 “내가 왜 소송을 당했는 지 모르겠다”, “매년 참배하겠다”고 말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을 염두에 뒀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9일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고이즈미 총리의 이런 언급에 대해 노 대통령의 입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침묵 속에 오히려 더 깊은 뜻이 담긴 것 아니냐”고 밝힌 바 있다. 이로 미뤄본다면 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발언은 그동안 쌓인 고이즈미 총리의 행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처음 밖으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6월 한ㆍ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21세기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해하는 `부주의한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외교부는 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취임 이후 태평양전쟁 핵심 전범들의 위패가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며 특히 올해에는 새해 벽두인 1월1일 전격적으로 참배를 강행했다. 그는 또 지난 1월10일 “독도는 우리(일본) 땅”이라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