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희(사진)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 활동을 하면서 리젠바이오텍을 창업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창업을 해보겠다'는 꿈은 가질 수 있지만 이를 실현하고 창업한 회사를 일정 궤도 이상으로 올려놓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더욱이 안정적인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은 용기 이상의 무엇이 필요한 것이다. 배 의원은 지난 2000년에 회사를 설립, 2007년까지 운영을 하다 정치에 뛰어들었다. '어떻게 가능했냐'고 대뜸 묻자 배 의원은 "당시 2년 동안 연구원 하면서 창업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전무후무한 굉장히 큰 지원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KIST에는 연구원창업지원센터가 있었고 심사를 통과하면 사무실 등 초기 인프라를 제공 받았다. 배 의원은 "자금 문제는 스스로 해결했지만 KIST 울타리 안에 있어서인지 연구원이 창업한 회사를 포함, 수십개의 회사가 입주했다"면서 "2년 뒤 연구원직을 버리고 회사에만 집중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연구원직을 박차고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이 길 다시는 안 간다'고 후회도 했다"고 회고했다. 기초과학을 토대로 창업을 한다는 게 그만큼 어려웠던 셈이다. 과학자에서 기업가ㆍ국회의원으로까지 변신한 그에게 기초과학에 대해 묻자 나온 답은 '시간에 대한 투자'였다. 기초과학을 발달시키고 산업화까지 이어지도록 하려면 인프라가 갖춰질 때까지 수요와 공급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 의원은 "내가 회사를 운영할 때보다 지금은 기초과학에 대한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진 듯도 싶다"면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물실험을 맡기고 싶어도 맡길 때가 없을 정도였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단백질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실험실에서야 소량의 단백질을 가지고 효과를 입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인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실험의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면서 "임상실험에는 굉장히 많은 단백질이 필요한데 결국 외국의 기관에 요청을 해서 임상실험을 받아야 했다"고 회고했다. 대기업과는 달리 벤처의 경우는 특히 이런 분업적 측면의 인프라 구축이 돼 있으면 연구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초기에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의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과학계가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과학에 치중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책ㆍ법안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는 국회와 정부에 기초과학을 이해하는 수가 너무 적어서 그렇다"고 해석했다. 배 의원은 "정책입안하고 힘이 있는 조직에 이공계 출신이 많이 가면 기초과학 등의 관심은 저절로 해결된다"면서 "예컨대 현재 이공계가 갈 수 있는 기술고시가 있는데 기술고시 출신은 전체 공무원의 17%에 불과하다. 획기적으로 기술고시 비중을 늘리면 학생들에게 이공계를 가지 말라고 해도 간다"고 말했다. 기초ㆍ원천기술의 경우 실패 확률이 높은데도 성과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지원을 받은 기초ㆍ원천기술 사업의 연구성과가 실패했더라도 그 연구가 성실하게 실패했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등을 봐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왜 실패할 연구에 자금을 지원했냐를 갖고 몰아붙이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소위 '실패의 성공학'이 나올 토대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