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만 갖췄다면 스타트업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까지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적극 투자해나갈 생각입니다."
지난달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 발굴·육성을 위해 1조원 규모의 펀드 설립계획을 밝혔던 이갈 에를리히(사진) 요즈마그룹 회장은 17일 서울시청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단독으로 만나 향후 한국 투자계획을 밝혔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 스타트업 기업은 그동안 국내 시장에 집중하다 보니 한국 청년들의 사업적 재능과 아이디어가 외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재능을 찾고 이를 세계 시장과 연결해주기 위해 요즈마그룹이 한국에 진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요즈마그룹이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다. 이와 관련해 에를리히 회장은 "요즈마그룹은 수많은 기술 전문가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어떤 규모의 기업이라도 인큐베이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즈마그룹은 벤처투자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독창적 기술력만 갖췄다면 기업 규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적극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요즈마그룹은 이스라엘 정부와 투자자·펀드운영자 등이 조성한 2조6,3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투자그룹으로 앞으로 3년간 1조원 규모의 한국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에 밝혔다. 에를리히 회장은 지난 1992년 요즈마펀드를 설립했으며 1997년부터 현재까지 요즈마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에를리히 회장은 스타트업 기업 육성을 위해 구글캠퍼스 같은 요즈마스타트업캠퍼스를 설립하는 동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기술기업을 적극 발굴·육성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에서 기업육성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하나는 요즈마스타트업캠퍼스를 설립해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장을 코칭할 예정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 규모에 구애되지 않고 기술력을 갖춘 다양한 성장단계의 기업에 자금지원은 물론 해외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를리히 회장은 구글캠퍼스를 의식한 듯 "구글은 구글에 맞는 기술과 아이디어에 지원할 것이지만 요즈마그룹은 더 광범위한 사업을 육성 대상으로 삼는다"며 차별성을 부각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이어 "구글과는 한국 스타트업 육성에서 경쟁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로 나갈 계획"이라며 "이미 구글 측과 만나 계획을 공유하는 등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내 진출거점에 대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한국 인구 5,000만명 가운데 절반이 모여 있는 곳이며 최고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찾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해 서울지역을 거점으로 할 것임을 강조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이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요즈마스타트업캠퍼스와 펀드를 운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앞으로 서울시와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