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치킨게임

입찰자, "신주인수 등 조건 미흡땐 입찰참여 포기할 수도"
채권단, "예비실사 순조롭지만 가격 낮으면 팔 수 없어"

하이닉스 매각을 놓고 채권단과 인수 희망 기업 사이에 치킨게임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이 "신주인수 등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입찰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밝히자 채권단은 "가격이 너무 낮으면 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맞서는 형국이다. 인수합병(M&A)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9일 "매각과정에서 채권자와 원매자 간에 흔히 조건을 놓고 힘겨루기는 진행되지만 하이닉스 건은 정도가 좀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매각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하이닉스의 경우 입찰안내서 발송 이전부터 마찰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입찰 참여 업체들은 이날 "하이닉스 이사회는 물론 채권단이 정말 매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매각조건과 매각일정의 불투명성, 실사과정에서 하이닉스의 협조도 미흡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입찰에 참여한 S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입찰안내서 발송 일정이 20일께로 또 늦춰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입찰조건 조율이 잘 되지 않으면서 매각일정들이 대체로 늦춰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당초 입찰안내서는 8월 초에 발송될 예정이었다가 8월 중순으로 늦춰졌고 이번에는 오는 8월20일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 다른 S기업의 한 관계자도 "실사과정에서 하이닉스가 제출한 자료 등이 불충분해 불만제기를 수시로 하고 있는데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매각의지는 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반면 "지난 7월25일부터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채권단은 이날 보료자료에서 "M&A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매각방식이나 일정에 대해 하이닉스반도체의 운영위원회 소속 기관들과 충분히 정보를 공유하고 심도 있게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일치된 의견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주발행에 대해서도 "신주발행 매각도 병행할 것"이라면서 "하이닉스 이사회의 결의가 필수적인 사항인 만큼 회사와 심도 있게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 실사는 9월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고 예정대로 매각이 진행될 경우 본입찰은 9월16일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