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여, 천년의 빛이여

바다의 날 기념식이 열렸던 인천항에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폭우가 쏟아지리라던 불길한 예보에 하늘만 쳐다보며 잠 한숨 붙이지 못하고 식장에 나온 나는 간간이 빗줄기만이 스쳐가는 날씨속에 행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우리의 대통령이 고향에 온 것같이 기분좋은 모습으로 바다 사랑의 메시지를 선포할 때 그 감격을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바다에 세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 옛날 영국이 바다를 통해 세계질서를 주도했고, 오늘날 미국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바다를 통해 세계를 하나로 엮으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바다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두려움 없이 정정당당하게 도전하고 개척하는 자가 미래의 바다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현 세대의 욕심보다 미래 세대를 생각하며 바다에 정성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때 바다는 분명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바다가 뜨거운 열정과 하나됨의 사랑을 품고 있음을 믿는 사람이다. 바다는 세상 정욕의 찌꺼기를 다 거두어 정결히 하는 평온함과 광풍의 노도를 만들어 내는 열정을 함께 가지고 있다. 열정이 있는 곳에 진정한 창조가 있음을, 뜨거운 사랑이 있는 곳에 진정한 삶이 있음을, 말없이 자기를 희생하는 곳에 진정한 용기가 있음을 나는 믿고 있다. 바다의 마음을 품는다면 우리는 분명 평화와 희망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또한 동북아 중심을 향한 비전이 바다로부터 시작되며 바다를 통해 완성됨을 철저히 믿는 사람이다. 지도를 거꾸로 보면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한 우리를 볼 수 있다. 발상을 전환하여 바다로 눈을 돌리면 세계와 미래가 펼쳐진다. 지난날 경제 발전이 바다로 나아감으로써 가능했던 것처럼 우리 조국의 미래도 바다를 천년의 빛으로 삼을 때 환하게 밝아올 것이다.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친한 사람들을 만나 익숙한 바다의 메시지를 전하게 되어 기쁘다`며 원고에도 없는 따뜻한 인사로 치사를 시작하였다.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사람을 동지로 여기는 분을 지도자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 절호의 기회를 살려 바다를 통해 반드시 동북아 경제중심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바다의 날을 맞으며 나는 지금껏 바다와 더불어 일하고 있음을 깊이 감사하고 있다. 언젠가 나는 사랑하는 바다로 되돌아 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파도가 되어 이 땅을 만지고 미래를 노래하며 끊임없이 우리 반도를 세계로 불러낼 것이다. <최낙정(해양수산부 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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