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순항해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핵심 측근의 불법 정치자금 모금 스캔들로 암초에 부딪쳤다.`깨끗한 정치`와 `개혁`을 브랜드로 내세웠던 룰라 대통령과 집권당인 노동자당에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이다.
최근 브라질의 한 주간지는 대통령비서실의 의회 담당 비서관인 왈두미루 디니스가 불법적으로 선거자금을 모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비디오테이프를 폭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디니스는 2002년 브라질리아 등 2곳의 시장 선거에 출마한 노동자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온라인 복권 사업자로부터 1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디니스는 정치자금을 받은 대가로 복권 사업자에게 특혜를 줬으며, 이 과정에서 1% 가량의 커미션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브라질 언론들은 “디니스는 룰라 대통령의 진짜 오른팔”이라면서 “룰라 정부가 취임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룰라 대통령은 13일 디니스를 해임했다.
야당은 의회 차원의 조사와 함께 대통령비서실장의 즉각 해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노동자당의 상징은 도덕성”이라며 대통령비서실장과 노동자당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이와 함께 브라질 검찰은 노동자당 소속의 한 지방자치단체장 피살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 단체장은 피살 전에 룰라 대통령의 대선자금 모금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번 사건은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와 더욱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경제개혁 조치가 국민들의 반발에 직면하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재정적자 축소, 인플레이션 방지 등을 위한 긴축정책이 경기침체 장기화로 이어지자 서민 지지층이 서서히 이탈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취임 직후 56.6%에 이르렀던 룰라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이달초 40% 가량으로 떨어졌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