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관부의 한 선원이 탈출이 더 쉽도록 배가 침몰하기를 기다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서 피고인 신문에 나선 다른 선원은 이런 계획이 있었다면 공포에 떨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관부 승무원들이 당시 대피 위치와 해수면의 차이가 줄어들기를 바라고 배가 더 침몰하기를 기다렸다는 데 대해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세월호 3등 기관사 이모(25·여)씨는 3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기관부 승무원들이 세월호 3층 복도에서 대기하며 물이 차오르는 정도를 점검한 이유를 검사가 묻자 “배가 기우는지 그만 기우는지 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의 한 조기수는 수사기관에서 “배가 더 침몰하면 탈출하기 쉽다. 수면에서 3층 갑판까지 높이는 보통 3층 건물보다 더 높아 바다로 뛰어내리면 충격으로 다치거나 물이 차가워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고 진술했다.
좌현쪽에 있던 승무원들이 배가 더 기울어 수면으로 뛰어들기 쉬워질 때까지 기다렸다는 것이다.
이씨는 “조기수는 뒤쪽으로 떨어져 있었다”며 “추측으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조기장이 물이 더 들어오면 못 나가게 될 것이라고 하니 기관장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나가자고 했다”며 “(그런 계획이 있었다면)두려움에 떨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평소 훈련을 받기도 해 갑판과 수면의 높이차가 큰 상태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게 두렵지는 않았다고 강조한 그는 “왜 바다로 뛰어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지만 당시에는 (배에서)나갈 생각을 못했다”며 모순된 답변을 했다.
이씨는 기관장과 1등 기관사가 캔맥주를 마신 것과 관련해서도 “1등 기관사가 기관장에게 ‘안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기관장도 ‘나도 불안해서 승무원들을 안심시켰는데 이제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며 “당시에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다들 포기했구나 싶어 기관장의 말을 듣고 울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기관장과 기관사가 캔맥주 하나씩 나눠마셨으며 자신도 이 중 남은 맥주를 마셨다고 털어놨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