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지방출신으로, 게다가 장애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자신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여성 CEO가 있다.
대구에 자리잡은 전자칠판 솔루션 업체 모든넷의 신순희 사장(45)은 돌 무렵 소아마비를 앓아 한 쪽 다리가 불편하다.
신사장이 현재 몸담고 있는 분야는 정보기술(IT)이지만 그녀는 의류학을 전공했다. 부모님의 희망대로 약대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 가톨릭대학 등 몇 곳을 제외하고는 약대에서 장애인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어릴 적부터 재능을 인정 받았던 미술 소질을 살리기 위해 부산대 의류학과로 진학했다. IT와는 결혼을 한 후 우연치 않게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신 사장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의 계기가 된 것은 지난 94년 한국컴퓨터그래픽대전스틸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면서부터. 당시 애니메이션 부문 은상 수상자가 그녀의 컴퓨터그래픽 능력을 높이 평가, 국내 최초의 컴퓨터그래픽영화 ‘구미호’의 제작 참여를 제안한 게 인연이 됐다.
장애가 있는 만큼 주변 동료들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각오로 하루 4시간만 잠을 자면서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구미 지역 데이콤 지정사업체에서 일하면서 통신분야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지난 97년에는 모든넷을 설립했다.
모든넷은 모니터형 전자칠판을 주력으로 멀티미디어 시스템 구축과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검색엔진, 웹 메일 개발 등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있다. 98년 당시 관공서나 일부 대학에서 사용하던 전자칠판은 캐나다 등 선진국 제품 일색으로 그 자체로 자리를 많이 차지할 뿐더러 3,000~5,000만원에 달하는 고가라서 대중화되기가 어려웠다.
신사장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리를 적게 차지하면서도 사용 편리성을 높인 제품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지난 2000년 모니터에 직접 쓰고 저장할 수 있는 지금의 ‘펜스론 플러스’를 개발했다. 지난해 21억원의 매출을 낸 모든넷은 올해 경기 불황으로 당초 목표치인 40억원은 달성하기 어렵지만 30억원은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신사장은 “대형 프로젝트가 있을 때 마다 자기 일 처럼 팔을 걷고 도와주는 남편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며 “오늘의 성공을 이루기까지 남편의 외조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