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번 전쟁의 작전명칭을 `이라크 해방작전`이라고 한 것은 독재 정권을 교체하고, 민주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이 같은 명분을 어떻게 구체화 할 것인가.
미국은 바그다드 점령후 차기 정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전쟁 준비에 몰두했기 때문에 차기정권 수립 방안을 마련할 여유가 없었거나, 섣불리 발설할 경우 이라크 국민의 반발을 사고 부족 또는 종교파벌 사이의 불협화음을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미국의 복안은 신정부가 수립되기까지 일정기간 미군 주도의 군정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주민의 반미감정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으로 일찌감치 포기됐다.
다음 대안이 각 부족, 종파의 대표로 구성된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사회가 안정된 후 민주적 선거를 통해 정권을 이양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공했고, 현재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은 이 과정을 통해 수립됐다. 현재로선 이 방법이 가장 절적한 대안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임시정부 대표를 어떻게 구성하고, 언제 민정으로 이양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이라크 국민회의(INC)지도자인 아메드 찰라비. 미국 의회의 보수파와 미 국방부 강성파들은 그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지만 반대세력 역시 만만치 않다. 또 하나의 가능한 `포스트 후세인 시나리오`는 차기 정권을 담보로 북부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쿠르트 족을 공격에 참여시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것. 실제로 미국측은 최근 쿠르드족의 지도자 마수드 바르자니와 자랄 탈라바니 등과 접촉,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차기 정권 수립과는 별도로 이라크 재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이라크의 유일한 항구인 움 카스르항을 9억 달러의 비용으로 재건, 이를 통해 구호 및 재건 물자를 실어나를 계획이다.
전체 재건 비용으로 1년에 100억 달러씩 모두 600억 달러를 잡아놓고 있다. 이중 200억 달러는 땅속에서 나오는 석유를 팔아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해외 원조 또는 차관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등이 반대했기 때문에 미국이 가장 많은 돈을 지원해야 하며, 한국ㆍ일본등 동맹국들이 재건 참여의 조건으로 일부분을 떠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라크 재건비용 마련을 위해 해외 이라크 재산에 대해 몰수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은 96년 쿠바에 이어 이라크에 사상 두번째로 외국 자산 몰수 조치를 취했다. 미국 은행에 예치된 이라크 자산은 모두 17억4,000만 달러로, 미국 정부는 이중 후세인 정부와 관련된 14억 달러를 몰수할 계획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도 이라크의 자산 몰수를 요구하고 있는데,
▲영국 4억 달러
▲바하마 8,500만 달러
▲케이만 군도 2,000억 달러
▲일본 1,400억 달러등 모두 20억 달러의 이라크 자금이 압류 상태에 있다.
미국은 어느 통화를 통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북부 쿠르드족은 스위스 디나르화를, 후세인 지배하의 남부 지역은 디나르화를 사용하고 있는데, 두 통화의 환율이 350에 이르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