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엔 악재·내수엔 호재

환율 12원 내려 1,092원…수출 악화로 경제성장률 둔화는 불가피
물가안정에 도움 실질소득도 증가 효과…인위적 방어 말고 수출-내수사이 균형을

수출엔 악재·내수엔 호재 환율 12원 내려 1,092원…수출 악화로 경제성장률 둔화는 불가피물가안정에 도움 실질소득도 증가 효과…인위적 방어 말고 수출-내수사이 균형을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지면서 송금수수료 기준으로 1달러가 1,000원과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교환되고 있다. 15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 직원이 달러 더미 속에서 1달러와 원화의 가치를 비교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15일 원ㆍ달러 환율이 1달러당 1,000원대에 진입하면서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업체들이 출혈수출을 한다고 대답했고 환율하락에 따른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거시경제 전반을 보거나 미시적으로 기업운영을 분야별로 따져볼 때 환율하락이 꼭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만은 아니므로 마냥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가 지난 70~80년대와 달리 질적ㆍ양적으로 성장한 만큼 수출부양을 위해 환율방어에 ‘올인’하기보다는 환율을 국제흐름에 맡기며 수출과 내수가 고르게 잘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환율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어도 한국경제에는 손해뿐 아니라 이득도 있다. 득실을 살펴보자. 우선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에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계산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환율하락은 수출에는 악재, 내수에는 호재”라면서 “그러나 수출둔화가 또다시 내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장률이 어느 정도 둔화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상무는 또 “환율이 떨어지면 물가가 내려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최근 금리인하가 이를 중성화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영향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GNI)은 늘어난다. 달러로 환산하기 때문이다. 올해 평균 환율 1,152원(삼성경제연구소 전망)이 지난해 평균(1,191.85)보다 3.5% 정도 절상될 전망이어서 경제성장률 5% 내외, 물가상승률 4% 내외를 감안하면 올해 1인당 GNI는 지난해보다 12.5% 증가해 1만5,000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참여정부의 구호인 2만달러 시대가 환율하락으로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는 환율변동의 마력이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본 등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는 나라들 중 상당수가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통화절상(환율하락)의 덕을 봤다”며 “최근의 환율하락 속도라면 2~3년 내 2만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최근 환율하락의 가장 큰 피해자로 지목받고 있는 기업은 어떤 입장인가. 수출악화가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환율변동을 기준으로 환율이 50원 떨어지면 수출(경상거래) 부문에서 3조9,007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들의 ‘달러빚’ 비중도 크게 늘어난 상태여서 환율이 하락하면 갚아야 할 대외채무가 줄어드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 한은은 환율이 50원 떨어졌을 때 외화빚 감소로 자본거래에서 3조9,368억원의 외환익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은 주장대로라면 환율이 떨어지면 자본거래의 이익이 더 커 결과적으로 기업수익이 소폭이나마 ‘플러스’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교역조건과 환율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성립될까. 아직까지 정설로 인정된 조사분석은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교역조건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희식 한은 국제연구팀 차장은 “환율하락이라는 단기 충격이 가해지면 부실기업은 퇴출되고 체질이 강화된 기업들은 수출이 늘면서 더 좋은 품질로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일본의 경우를 봐도 환율하락 이후 시차를 두고 교역조건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환율하락은 물가안정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소득이 일정하더라도 물가하락으로 실질소득 증가효과가 있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주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것도 환율하락으로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며 거꾸로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오름세로 금리를 올려야만 했다. 환율하락→금리인하로 이어지는 경기부양책이 가능한 것이다. 장동구 금융경제연구원 팀장은 “과거 몇 년 동안의 인위적인 환율부양으로 수출과 내수가 양극화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환율이 내리면 수출에만 쏠렸던 노동력 등이 내수로도 파급돼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11-1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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