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결의… JY체제 굳힌다

李부회장 그룹 지배력 강화
명실상부한 삼성 후계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그룹호(號)가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양사 간 시너지를 살려 글로벌 초일류기업을 육성하는 한편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경영을 도모하겠다는 양수겸장의 카드다.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삼성 후계자로 등극하면서 그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양사 합병을 결의했다. 기준주가로 산출된 합병 비율에 따라 제일모직이 1대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고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이다. 합병가액은 제일모직이 주당 15만9,294원, 삼성물산이 주당 5만5,767원으로 각각 결정됐다. 양사는 오는 7월 중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승인을 받고 9월1일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물산주식회사로 결정됐다. 형식상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하는 형태지만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의 사명을 살려 호암 이병철 창업주의 기업 정신을 잇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만큼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의도 또한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3%를 보유한 대주주지만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해 핵심 기업 지배력이 강하지 않다는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지분 4.1%를 가진 삼성물산을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이 흡수합병하면서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게 됐다.

이와 별도로 이번 합병에 따라 삼성물산이 초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사는 "2014년 기준 34조원이던 매출이 2020년에는 6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졌지만 해외시장 개척에 애를 먹는 제일모직과 해외영업에 장점을 가졌지만 성장한계가 나타나는 건설·플랜트 부문을 껴안고 있는 삼성물산이 장점을 극대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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