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지난달 국민연금에 '삼성물산(000830) 합병에 찬성한 배경'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국민연금은 이를 일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일종의 유도 질의로 법적 대응에 추가로 나설 가능성을 꿰뚫고 공식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중순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028260) 간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한 이유와 의사결정 과정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본부는 7월10일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대해 자체적으로 찬성 입장을 정하고 외부 자문기구인 의결권전문위원회에 심의를 넘기지는 않았다.
엘리엇이 국민연금에 질의서를 보낸 것은 추후 법적 행동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삼성물산 측을 상대로 한 합병무효 소송 등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엘리엇이 마지막 남은 법적 '틈바구니'인 국민연금 측의 이례적 의사결정 과정을 물고 늘어져 보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기업 소송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법리적 측면에서 주주 간 직접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렵다"면서 "국민연금이 공적기관인 것을 빌미로 엘리엇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활용 방안을 검토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충분히 간파한 국민연금은 엘리엇에 '무대응'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은 질의서를 발송하는 과정에서 민원 제기 등 공식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 사적 질의에 불과한 만큼 국민연금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