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단기에 보험료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인 유동성비율 평가기준이 13년 만에 낮아진다. 보험사의 해외진출 시 일정기간 경영실태 평가를 면제하고 환율변동 위험을 회피하는 환헤지 의무 규정도 완화한다. 저금리로 허덕이는 보험사들에 대해 금융 당국이 구제책을 내놓은 것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31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생명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20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보험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저금리 저성장 환경에서 보험사가 중위험ㆍ중수익 투자를 늘리도록 숨통을 틔운 셈이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유동성 비율을 평가하는 위험기준 자기자본(RBCㆍrisk based capital) 비율 1등급 기준을 현재 400% 이상에서 250% 이상으로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각종 위험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자본의 비율이 4배에서 2.5배로 줄어든다.
금감원은 또 보험사의 해외 진출과 투자 다양화를 위해 규제를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해외에 진출할 경우 초기 일정기간 경영실태 평가와 해외 자회사의 출자금에 대한 환헤지 의무를 면제한다. 보험사가 해외 장기 채권에 투자할 경우 1년 이상만 환위험을 헷지하면 금리위험이 줄었다고 인정해 이를 RBC비율에 반영한다. 이 자리에서 보험사들은 RBC신뢰도를 95%에서 99%로 올리는 금감원의 계획은 충당금 부담이 올 수 있다며 단계적 실시를 제안했고 금감원 측은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 보험가입자가 새로운 보장을 원할 경우 신규 보장성보험으로 계약을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기로 했다. 현재는 저축성보험가입자가 보장성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상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통시장 대상 화재보험 등 정책성 보험 개발과 판매를 확대하고 노령화 수요에 맞춘 건강ㆍ간병서비스 등 보험상품 관련 부가서비스 시행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상품이 드문 해외 의료 관광객을 상대로 한 보험상품 개발도 지원한다.
그밖에 금융회사(신용등급 BBB- 이상)가 보증한 경우에만 허용하던 투자 부적격등급 외화증권 투자를 비금융회사(A-)가 보증한 경우에도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통상 한 달 이상 걸리는 보험상품의 인가 기간을 반으로 줄이도록 해외 사례를 검토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에 절반가량 투자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투자 여력을 약간 넓혀준 대책"이라면서도 "해외 투자는 정보가 부족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한다고 당장 뛰어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