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60대 소송 당사자가 가짜 판결문을 증거로 내밀며 재판을 다시 해달라고 요구하다가 판결문 위조 사실이 들통나 법원으로부터 고발당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인형 부장판사)는 C(63)씨가 서울 동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재심에서 C씨의 청구를 각하했다고 28일 밝혔다.

C씨는 지난 2009년 3월 서울 동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확정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부가가치세 1억 6,000만여원 중 1억 3,000만여원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그런데 C씨는 판결 내용과 자신이 받은 판결문의 내용이 다르다며 지난해 10월 재심 소송을 냈다. C씨가 법원 직원으로부터 발급 받은 판결문에는 1억 3,000만여원 부분이 ‘3,000만여원’으로 달라져 있었다는 것. C씨는 “피고와 법원이 짜고 판결문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심리 끝에 지난 4월 제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하려던 재판부는 미심쩍은 사실을 발견하고 재판을 다시 열었다. C씨가 증거로 제출한 판결문에서 위조의 흔적이 보인 것이다. 조사결과 C씨가 낸 판결문은 판사들이 쓰는 문체나 글자체로 돼 있지 않았고, 띄어쓰기나 들여쓰기, 맞춤법 같은 기본적인 양식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C씨한테 판결문을 뽑아 줬다는 법원을 증인신문하고 법원행정처 판결문 시스템까지 뒤져 판결문 위조 사실을 확인했지만 C씨는 오히려 법원 직원을 위증죄로 고소하며 맞섰다.

법원 관계자는 "A씨는 재판의 신뢰를 훼손하고 판결문을 위조한 데다 자신의 주장과 다른 진술을 한 증인을 위증으로 무고까지 했다"며 "혐의의 중대성을 고려해 직무 고발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