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 혁명'… 에너지시장 판도 바꾼다

일본 등 FTA 미체결국에도
천연가스 안정적 공급키로
동맹국과 자원외교 효과도


미국이 '셰일가스 혁명'을 발판으로 국제에너지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2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도 천연가스를 수출, 에너지 수출국으로의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주요 동맹국과 교역 상대국에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장기 공급하면서 에너지 안보를 지원하는 이른바 '자원외교'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에너지부가 전날 텍사스 프리포트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일본 및 유럽연합(EU) 수출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체니어에너지(Cheniere Energy)가 영국과 스페인 등에 LNG 수출허가를 받은 후 사상 두번째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수출을 허용한 것이다.

특히 이번 승인은 미국 상원이 어니스트 모니즈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의 인준안을 통과시킨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집권 2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프리포트는 일본 오사카가스와 주부전력, 영국 BP에 LNG를 수출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르면 오는 2017년부터 오사카가스와 주부전력이 각각 220만톤씩 LNG를 일본에 반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또 미국 내 26곳의 LNG 공장이 에너지부에 수출신청을 한 상태며 루이지애나주의 캐머런 LNG 공장이 올해 안에 승인을 받을 것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에너지부는 나머지 LNG 수출 신청건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천연가스를 해외로 수출할 경우 국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다는 이유로 이를 제한해온 미국이 수출확대로 방향을 튼 것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천연가스 생산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진흙퇴적암층(셰일)'에 함유된 가스를 뜻하는 셰일가스는 최근 채취기술이 진일보하면서 채취비용이 혁신적으로 감소해 채산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100만BTU(1BTU=0.252㎉/h)당 13달러를 웃돌았던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셰일가스 생산이 급증하면서 4달러선까지 하락했다.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확대는 무역수지 개선과 운송업 등 연관산업 부양 및 고용증대 같은 경제적 혜택 외에도 주요 에너지 수출국으로 부상하며 국제에너지시장에서 입김이 커진다는 효과가 있다.

셈프라에너지의 마크 스넬 사장은 "(LNG 수출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촉진하는 한편 미국의 동맹 및 교역 상대국에 가스를 안정적으로 장기 공급함으로써 국제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천연가스를 수입하게 되면 수입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가동이 중단되면서 LNG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최근 엔화가치까지 하락해 수입 에너지 부담이 커진 상태다.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되는 LNG 가격은 100만BTU당 15달러에 달한다.

한편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확대 가능성을 겨냥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해외 기업들도 늘고 있다. FT에 따르면 일본의 미쓰이와 미쓰비시상사, 일본 최대 해운업체인 NYK는 프랑스 GDF수에즈와 공동으로 캐머런 LNG 공장의 100억달러 규모 수출 프로젝트에 지분 49.8%를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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