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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고위장교들의 잇따른 성추행 사건은 엘리트 장교단이 속으로부터 멍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29일 여군 하사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L여단장을 구속했다. 강제성을 한사코 부인하던 L여단장은 수차례나 여군 하사를 관사로 불러들여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다.
주목할 대목은 두 가지. 첫째, L여단의 성폭행은 같은 부대 모 소령의 다른 여군 하사 성추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고구마 줄기처럼 잇따라 성범죄가 발각됐다는 사실은 육군에 성추행이 만연한 것 아니냐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는 보다 심각한 문제다. 최근 성범죄를 저지른 고위장교들은 뚜렷한 특징이 있다. 하나같이 엘리트로 인정받았다. 전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속에 대장 진급 1순위로 지목되던 특전사령관, 창군 이래 사단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긴급체포된 17사단장에 이어 L여단장까지 모두 육사 출신 중에서도 최선두를 형성하던 엘리트였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자부심이 강한 육사 출신 중에서도 엘리트로 인정받던 고위장교들이 연달아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은 군의 명예의식과 도덕성이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최근 불거진 방산비리 역시 군 전반의 도덕성 붕괴에 관련 깊다"며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전투력 저하는 물론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재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트 장교들의 성범죄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국군 기무사령관 출신인 새누리당의 송영근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위' 전체회의에서 '(성범죄는) 군 지휘관들이 외박을 나가지 않기 때문인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빚었다. 송 위원은 "'하사 아가씨'가 룸메이트한테는 얘기했다고 하는데 (이는) 제도적으로 (얘기)할 채널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해 네티즌들의 거센 반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 편집장은 이에 대해 "야전부대에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지휘관들이 가족과 떨어진 채 격무에 시달리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성범죄의 원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군을 모독하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