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해명·야­의혹 부채질 “대조”/청문회 이모저모

◎「모르쇠」답변 일관에 하오부터 맥빠진 분위기/“김덕룡 의원 평가해달라” 신문에 울먹이기도○…김현철씨에 대한 25일 청문회 신문에서 신한국당 의원들은 가급적 김씨가 참회하고 해명하는 모습을 유도하려는 태도를 취한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당의원들은 시중에 나도는 거의 모든 설을 제기하며 의혹을 부추기는데 치중해 확연한 대조를 보이기도. 특히 청문회 이후 김씨에 대한 여론이 동정론과 처벌론 중 어느쪽으로 흐를 것인지가 향후 정국의 흐름을 좌우한다고 판단해 신경전을 벌인 셈. 김학원 의원은 질문에 나서자마자 김영삼 대통령의 지난 2월25일 대국민담화를 상세히 낭독해 김대통령의 심경을 소개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김씨에게 신문을 하는 것인지 구분이 잘 안갈 정도. 민주당 이규정 의원은 「가족정권」 「왕당파」 등 김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암시하는 용어를 총동원, 질문보다는 비난에 치중. 이의원은 이어 『청와대가 유엔한국청년협회에 월 3천만원씩 지원하도록 전경련에 지시했나』 『증인과 정보근씨 등이 황태자 5인방으로 불리는가』 『봉선화 5인방이라는 얘기는 아는가 등 온갖 설에 대해 질의.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이날 청문회장에는 수많은 내외신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다수의 여야의원들과 30여명의 시민까지 방청, 김씨의 증언에 쏠린 국민의 관심을 반영했으나 하오 들면서 이제까지처럼 김씨가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하자 점차 열기가 식어 일부 보도진만 보이는 등 맥빠진 분위기로 밤늦게까지 진행. 특히 김씨는 청문회 초반 다소 신랄한 추궁을 곁들인 특위위원들의 신문에 평상심을 잃지 않은 채 답변을 이어오다 세번째 질의자인 자민련 이린구 의원이 『김덕룡 의원을 평가해달라』는 신문에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쏟아 잠시동안 답변을 잇지 못하기도. 김씨는 이후에도 아버지인 김대통령과 관련, 답변을 해야 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간간이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A4 용지 여러장 분량의 답변참고자료를 탁자 위에 놓은 가운데 여야의원들의 다소 공격적인 질의태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답변하던 김씨는 하오 답변중 이상수 의원(국민회의)의 일부 질의에 정색을 하며 발언 정정을 요구. 이의원은 『증인과 김기섭 전 안기부차장이 강남 아미가호텔 술집에서 여러 차례 술자리를 가졌고 술자리에 초대된 가수 이름도 댈 수 있다는 제보전화가 왔다』며 『사실대로 밝히라』고 추궁하자 김씨는 『나의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정해줬으면 좋겠다. 정확한 증거도 없이 말하면 안된다』고 다소 항변하는 듯한 어조로 반박. ○…김현철씨는 점심시간 동안 국회의사당 인근에 위치한 여의도 관광호텔 1017호실에서 「룸 서비스」로 꼬리곰탕을 주문해 점심식사. 청와대 사정비서관 출신인 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같은 방에서 김씨와 식사를 함께 하며 하오 답변 대책을 논의. ○김 대통령 TV안봐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TV 중계방송을 보지 않고 정상적인 집무에 임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언. 손명순 여사도 마찬가지로 TV시청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대국민사과담화를 했을 때의 마음과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잘못한 것이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해 김현철씨 구속 등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있는 분위기. 하지만 청와대는 한보청문회가 다음달 2일 끝나고 검찰수사도 4월중에 마무리되어 5월부터는 새로운 분위기에서 정국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우원하·양정녹>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