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가 또 한번 골프계에 KO 펀치를 날렸다. 뉴질랜드교포 아마추어 리디아 고(16ㆍ한국명 고보경)가 26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무한한 잠재력을 과시했다. 이제 관심은 '프로 잡는 아마'의 프로 전향 시기에 집중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 중"이라는 답을 반복했다.
◇16세의 기록제조기=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로열메이페어GC(파70ㆍ6,40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16세에 불과한 리디아 고는 세계랭킹 3위 수잔 페테르센(32ㆍ노르웨이), 무서운 상승세인 카롤리네 헤드발(24ㆍ스웨덴)과 챔피언 조에서 맞붙어 위축될 법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비웃듯 리디아 고는 전반에만 5타를 줄이며 질주했다. 9번홀을 마쳤을 때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헤드발은 4타 차로 떨어졌고 리디아 고와 함께 공동 2위였던 페테르센은 3타 아래에 있었다.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한 리디아 고는 13번홀(파4)에서 유일한 보기를 적어냈으나 완승에 지장이 없었다.
6언더파 64타(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를 친 리디아는 이날 3타를 줄인 카린 이셰르(프랑스ㆍ10언더파)를 무려 5타 차이로 따돌렸다. 혼쭐난 헤드발과 페테르센은 각각 공동 3위와 공동 7위로 마친 뒤 "믿어지지 않는 플레이였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리디아 고의 발걸음은 역사가 되고 있다. 꼭 1년 전 이 대회에서 15세의 나이로 LPGA 투어 역대 최연소 챔피언이 된 그는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아마추어 선수의 단일 대회 2연패는 물론 통산 2승 기록도 그가 처음이다. LPGA 투어 대회에서 아마추어의 우승은 이번까지 총 여섯 차례뿐이다. 16세4개월1일로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 우승에도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월 뉴질랜드 오픈에서 우승해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오픈에서는 남녀를 통틀어 최연소 프로대회 우승 기록(14세9개월)을 세우기도 했다.
◇세계랭킹 7위 '블루칩'=리디아 고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7위로 뛰어올라 명실상부한 정상급 선수로 공인 받게 된다. 17세도 되기 전 LPGA 투어 2승 등 프로 4승을 거뒀고 2010년 뉴질랜드 여자오픈부터 이번까지 프로 대회 24개(메이저 6개 포함)에서 단 한번도 컷오프 당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 등 아마추어 신분이기 때문에 받지 못한 상금만 10억원이 넘는다. 프로 전향과 함께 상금뿐 아니라 각종 기업체로부터 받게 될 계약금 등 엄청난 수입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LPGA 투어는 만 18세 이상 입회 규정을 두고 있으나 언제든 예외를 적용할 준비가 돼 있다.
이날도 프로 전향 시기에 관한 질문 세례를 받았다. 리디아 고는 "프로가 된다는 것은 모든 샷이 돈으로 계산되는 직업을 갖게 되는 일"이라며 "부모님, 뉴질랜드 골프 관계자들과 상의해 좋은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상금을 받지 못해 아쉽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괜찮다"는 답을 반복했다.
2위 이셰르가 우승상금을 받은 가운데 김인경(25ㆍ하나금융그룹)이 공동 5위(8언더파)에 올랐고 시즌 7승을 노린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ㆍKB금융그룹)는 공동 13위(4언더파)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