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새 내각이 19일 확정되면서 독일의 새로운 경제정책 추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재무부 장관으로 선임된 인물은 오스카 라퐁텐 사민당 당수(55). 당초 유일한 비당원 출신으로 장관에 내정됐던 요스트 스톨만이 전격적으로 장관직을 포기하면서 라퐁텐에게 넘어가게 된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벤처사업가 출신인 슈톨만이 독일경제를 새로운길로 이끌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국 정치적 고려 끝에 라퐁텐이 임명되자 향후 경제정책에 대해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투자자들과 기업인들은 그동안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미국식 기업 마인드를 가진 슈톨만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라퐁텐이 재무부장관으로 결정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독일 코메르츠 방크의 위르겐 피스터 경제분석 책임자는 『스톨만의 자유주의적이고 시장지향적인 경제적 관점은 게하르트 슈뢰더 차기총리와 상당부분 일치해 안정적인 경제정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라퐁텐의 등장으로 상당기간 동안 슈뢰더와 힘겨루기가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라퐁텐은 총선 승리 이후 경제부와 외무부의 주요 업무중 일부를 재무부로 끌어들이는데 성공, 게하르트 슈뢰더의 중도노선을 견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정치적 영향력을 높혔다.
라퐁텐이 재무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예산 및 각종 거시정책 입안 권한을 경제부에서 가져와 경제부의 위상 자체가 급격히 추락하고 슈뢰더의 「제3의 길」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슈뢰더 차기총리는 총선 당시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길 또는 새로운 중도로 독일을 인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정의의 조화」를 정책의 두 축으로 삼겠다는 입장이었다. 「중도 현실파」,「기업주의자」로 평가받는 슈뢰더의 이같은 입장은 총선 승리의 견인차였다.
그러나 라퐁텐이 사민당(SPD)의 전통 좌파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슈뢰더의 향후 경제정책 추진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라퐁텐은 외환통제와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세제 및 복지정책 마련을 주장, 독일 기업인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다. 게다가 사민당과 녹색당이 에너지세 인상, 각종 세금공제 규정 삭제, 원전 완전폐쇄 등에 합의, 재계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디 벨트지는 『새 연정이 독일을 현대화시키기 위한 미래지향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유권자들은 공정한 세제 개혁, 사회복지제도의 과감한 수술을 기대했으나 새 내각의 면모를 보면 개혁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