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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수능이 치러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후배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덕성여고와 배화여고ㆍ상명대부속여고ㆍ풍문여고 등 4개 학교에서 온 150여명의 학생들은 북과 장구, 응원봉 등을 이용해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 학생들은 '김태희 후배' '수능 대박' 등이 적힌 십수개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교가와 응원가 등을 불렀고 수험생에게 귤과 사탕ㆍ초콜릿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수험생들은 이런 후배들의 정성에 손을 흔들거나 '파이팅'을 외치는 식으로 답했다. 배화여고 2학년 이채진(17)양은 "새벽6시부터 계속 서 있어서 조금 춥지만 수능 분위기도 볼 수 있고 내년에 같은 응원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응원 행렬에는 선생님도 포함돼 있었다. 김현춘 덕성여고 교사는 "영어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선택형으로 치러져서 걱정"이라면서도 "우리 학교 아이들이 잘 볼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고 정은경 배화여고 교사는 "고3 아들이 오늘 수능을 치르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장예진(24)씨는 "체대 입시학원 강사인데 제자 3명이 시험을 쳐서 응원을 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응원에 수험생들은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풍문여고의 이하누리(18)양은 "후회 없이 보고 싶다"고 말했고 중경고의 김한솔(18)양은 "오늘 국어와 수학ㆍ영어 3과목을 치르는데 모두 잘 보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들여보내고도 오랫동안 주변을 서성였고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학부모 정경열(53)씨는 "3년간 오늘을 위해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고 아내 김정님(45)씨는 "아이가 원하는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줬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험장을 잘못 찾아 경찰차를 타고 나타난 학생도 있었다. 서울예고의 최가영(18)양은 "이화여고에 잘못 내려서 급한 마음에 경찰차를 탔다"면서 "늦지 않아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화여자외고 관계자는 "두 학교가 이름이 비슷하다 보니 시험장을 반대로 찾는 학생이 매년 등장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잘못된 시험장에 도착한 학생들을 위해 모든 수능 시험장에 경찰차를 한대씩 배치했다"고 말했다.
8시20분께는 한 어머니가 자녀에게 신분증을 전달하기 위해 경찰차를 타고 등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