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농락한 공기업, 원가 사기 책임져야

원가를 밑도는 공공요금 때문에 적자구조를 탈피하기 어렵다는 공기업들의 주장이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용역을 줘 분석했더니 공기업들이 지난 2011년 고속도로ㆍ광역상수도ㆍ열난방ㆍ가스 등을 팔거나 서비스하고 받은 요금은 원가보다 최고 38% 비쌌다. 도로공사ㆍ수자원공사ㆍ지역난방공사ㆍ가스공사가 정부와 국민에게 밝힌 원가보상률 84~88%보다는 53~17%포인트 높다.

핵심사업에서 남는 장사를 했으면서도 엉터리 원가보상률을 내밀며 요금인상 필요성을 주장해온 공기업들의 태도는 한마디로 가증스럽다. 정부는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상응하는 처벌을 하고 원가 부풀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원가의 3~2배나 되는 마진을 붙인 수출입은행ㆍ주택금융공사 등의 행태도 납득할 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ㆍ도로공사ㆍ가스공사 등 28개 주요 공기업의 지난해 말 총부채는 393조원으로 1년 사이 31조여원(8.7%) 늘어나 국가채무 445조원에 육박한다. 공기업 부채급증의 원인은 국책사업, 요금규제, 기관 비효율 등 세 가지가 꼽힌다. 하지만 원가보다 비싸거나 근접한 가격으로 장사를 했는데도 부채가 늘어났으니 나머지 두 가지가 핵심요인인 셈이다. LH나 수자원공사 등은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혁신도시 같은 중장기 건설사업, 4대강ㆍ아라뱃길 사업 수행과정에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해법은 두 가지다. 첫째, 원가 사기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단죄가 필요하다. 둘째, 적자가 뻔한 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정부의 행태도 변해야 한다. 국책사업 비용을 재정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공기업 부채 가운데 국가가 관리할 부분과 공기업이 책임질 부분을 분리하는 등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도 있다. 빚더미 공기업 임직원들의 고액연봉 잔치와 정원확대 등 방만한 경영도 이 기회에 다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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