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많은 남북스포츠 교류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북한의 참가로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국민적 열기 속에 막을 올렸다. 북한 선수단의 첫 경기인 남자배구 덴마크전이 열린 지난 21일 대구체육관은 북한 미녀 응원단의 붉은색 모자와 티셔츠로 장관이 연출됐다.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대학생들로 구성된 아리랑 응원단 300여명도 붉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대각선 방향에 자리를 잡고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이들과 조화를 이뤘다. 2002한일월드컵 기간 전국에 휘몰아쳤던 `붉은색 물결`이 합동 응원으로 대구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마침 이번 대회를 통해 남북은 내년 아테네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해 적극 지원키로 하고 태권도 단일화를 추진키로 합의하는 등 스포츠를 통한 남북한의 결합은 한층 상승 무드를 타고 있는 듯하다. 골프계에서도 최근 우리 측 관계자들이 평양 골프장을 방문하면서 프로암 대회를 치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스포츠 각계에서 통합 및 교류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이 같은 외향적인 통합 및 교류 밑에 흐르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 간격을 놓쳐서는 안 된다. 내세우는 명분에는 합의를 했지만 구체적인 형식과 절차, 내용 등 속속들이 서로 마음을 맞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테네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고 평양 프로암 대회는 화두를 던진지 이미 오래지만 진척 사항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겉으로 보이는 붉은 물결과 듣기 좋은 합의 사항에 마음이 팔려 시간을 보내면 아테네 올림픽, 또는 다른 체육 행사를 눈 앞에 두고 다시 줄다리기를 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 때 다시 대통령이 나서서 유감 표명까지 하는 헤프닝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다. 같은 민족이라는 감성적 도구만을 믿기에는 같은 붉은 색을 바라보는 남북한 양측의 느낌이 너무나 다르고 정치 논리가 너무나 많이 개입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때의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포장만 그럴듯하게 해놓은 채 세월을 보내는 잘못을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이제 막 시작됐지만 스포츠 관계자들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운동화 끈을 다시 고쳐 매야 할 때다. <박민영기자(생활산업부)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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