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監事 올해도 '낙하산'

대구·부산·신한銀, 금감원 국장출신 확정 '은행 감사(상근감사위원) 자리는 금융당국 퇴직자의 당연직(?)' 매년 금융계 인사 시즌마다 되풀이되는 지적이 올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제는 아예 관행으로 굳어져 은행의 감사자리로 '공무원 또는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 '전출'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은행도 이를 현실로 받아들여 출신이야 그 쪽이더라도 '기왕이면 괜찮은 사람'을 모셔가려고 애를 쓴다. 공직자 윤리법상의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조항이 무색하다. 소속 부서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공직단체의 조직 이기주의를 통제하지는 못한다. 누구를 보내든 자리를 봐주는 게 중요하며 그 자체로 공직자들의 이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도 예외 없이 '낙하산 감사'들이 은행권으로 내려올 움직임이다. 대구은행 감사로 확정된 박영배씨와 1년 임기 후 재추천된 부산은행 김종수 감사는 모두 금감원 국장 출신이다. 국민은행은 이순철 금감원 부원장보의 전출이 사실상 확정됐다. 26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 부원장보의 '취업'을 승인했다. 이날 신한은행 감사 후보로 거명됐던 이성로 조사역(전 신용감독국장)은 윤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4~5명의 금감원 국장급들이 '은행 감사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금감원뿐 아니라 수출입은행 감사 자리는 '재경부 몫'이며 외환은행은 감사뿐 아니라 준법감시인 자리까지 한국은행이 챙기고 있다. ◇공직자 윤리법 취지 무색=공직자 윤리법 제4장17조는 퇴직공직자의 유관 사기업체 취업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급 또는 직무에 종사했던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이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 소속했던 부서와 관련 있는 사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취지는 공직자가 사기업과 유착하는 것을 막자는 데 있다. 그러나 금감원과 같은 공직 조직은 하나의 유기체로 기능한다. 개인의 유착을 막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조직대 조직의 관계로 보면 달리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은행들이 그런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데도 공직자들을 감사로 영입하려 할지는 의문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당국이 법규를 어긴 채 사람을 보내는 것은 아니라 해도 사실상의 '테크니컬 파울'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심의도 애매하기만 하다. 증권을 담당했던 국장급이라 해도 은행 자회사로 증권회사가 있는데 어떻게 판정할지 의문이다. 실제로 금감원 업무 중 이해 중립적인 분야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엉뚱한 인물 내려오면 곤욕=공직자로 더이상 승진이 어려운 경우 은행 감사 자리는 최고의 퇴직 대책이 된다. 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 금융당국 내부적으로도 경합이 치열하다. 그래서 대우와 보수가 좋은 신한ㆍ국민ㆍ하나은행 등은 그동안 비교적 평판이 좋은 당국자들을 골랐던 반면 상대적으로 대우가 나쁜 은행에는 '후순위 후보'가 밀려 나가는 등 은행의 서열이 매겨지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은행 감사자리를 꿰찰 수만 있다면 당사자들로서는 행운이다. 엉뚱한 인물이 감사로 내려와 해당 은행이 감사 임기 내내 곤욕을 치른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감사 제도 자유롭게 운영해야=낙하산 감사의 문제를 풀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당국이 공정해지고 산하 금융사에 불합리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 것 뿐이다. 그래야 은행이 자유로워진다. 외국인 대주주가 인수한 제일은행은 상근감사위원을 두지 않고 있다. 당연히 감사위원회에 금감원 출신도 없다. 은행들은 규정상 내부에서 감사를 선임할 수 없다. 그래서 자유롭게 맡겨질 경우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할 것이다. 헤드헌터사에 맡기는 곳도 나오고 외국인 전문가를 뽑는 곳도 등장해야 한다. 한 외국은행의 관계자는 "감사를 감독당국에서 모셔오는 풍토가 바로 '관치금융'의 명백한 증거"라고 꼬집었다. 성화용기자 이진우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