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정책금리 역전을 하루 앞두고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8일 지표금리가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가 급락한 데 이어 9일에도 국민경제자문회의 일부 위원의 금리인상 주장에 상승세를 보이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감을 그대로 드러났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9일(현지시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조정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콜금리를 정할 예정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전망은 ‘미국은 0.25%포인트 인상, 한국은 동결’이다. 이럴 경우 현재 연 3.25%로 같은 양국의 정책금리는 2001년 2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역전된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FRB가 연 4.0% 수준에서 금리인상을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예상외로 호조를 보이자 FRB가 과도한 주택자금대출과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내년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미 FRB는 연 1.0%이던 연방기금 금리를 2003년 6월부터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총 2.25%포인트 인상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제 펀더멘털 여건과 미 FRB의 경기관을 감안할 때 연방기금 금리가 당초 전망치인 연내 4.0% 수준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정책금리 역전이 그동안 예상됐던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현실화되자 국내 채권시장의 불안심리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8일 지표물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전 한때 전날보다 0.11%포인트 높은 연 4.52%까지 치솟으며 2월11일 기록한 연중 최고가(연 4.46%)까지 상승한 뒤 오후 들어 연 4.40%까지 하락했다. 하루 동안 무려 0.12%포인트나 급등락을 거듭한 셈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대내외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의 해외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수없이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한국만 금리상승이라는 대세를 거역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한 상태다.
시장의 이 같은 불안심리는 당장 11일로 다가온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결정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벌써부터 정부 안팎에서는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최운열 자문위원이 “정부의 저금리정책은 민간투자를 활성화시키지도 못하면서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부동산 가격 상승만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주장하자 9일 채권시장은 또다시 요동쳤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4.38%까지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아가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한때 전일보다 0.07%포인트 오른 4.47%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형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FOMC와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나야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인상 압력을 받겠지만 그렇다고 콜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운 여건이어서 과도하게 급등한 금리가 다소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