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수수께끼 속으로의 여행
오는 9월 11일(수)부터 9월 17일(화)까지 서울 팔판동 갤러리 도스에서 박지선 작가의 ‘Play(▶) the Wonderland’展이 열린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밤마다 꿈을 꾼다.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말도 안 되는 세상 안에서 그 곳의 어떤 룰도 알지 못하는 우리가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지금 이곳이 꿈속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것뿐이다. 이상한 나라에 굴러 떨어진 엘리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엘리스는 자신이 살던 세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상한 나라의 기상천외한 세계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다가도 이곳이 자신의 꿈속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면서 그녀만의 모험을 시작한다.
전시를 본다는 행위도 어찌 보면 그런 이상한 나라의 모험과 닮아있다. 낯선 것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할 수 없는 것처럼, 특히 현대예술 앞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이 작가가 무슨 의도를 갖고 이런 작품을 만들었으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리송하기 그지없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설명을 듣거나 아예 뒤돌아서는 뒷모습에서 남아있는 건 관람객이 갖고 있는 불친절한 현대미술에 대한 ‘불편함’이다. 일상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형태와 구성으로 만들어진 그림을 보면서 이게 그림이라는 것을 아는 것도 액자에 끼워져서 벽에 걸려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묵직한 불편함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까. 그리고 해결책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부터 작가만의 대답이 시작된다.
이번 ‘Play(▶) the Wonderland’展 박지선 작가 작업은 거창하거나 묵직하지 않다. 그녀의 주된 강점을 들자면 ‘가벼움’ 이다. 일상적이고 흔한 종이들 위에 연필, 수채물감, 펜 등 손쉽고 간단한 재료들로 그려지는 박지선의 드로잉은 작고 가볍고, 때론 옅기까지 한 색을 띄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그려져 있는 진의는 의외로 보이는 것만큼 가볍지도, 단순하지만도 않다. 일상의 매 순간에서 가져온 삶의 조각들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유기적이고 무한한 구성과 배열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에 불필요했던 요소들을 덜어내고 은근하지만 충실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그 대상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처음 보는 이질적인 세계가 꿈속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찾아오는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깨어나면 원래의 익숙한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기에 꿈이라는 사실만 기억하면 어떤 상상도 못한 사건사고가 눈앞에서 벌어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골칫덩어리들을 어디 얼마나 더 이상해지나 한번 두고 보자 싶은 즐거운 배짱까지 생겨난다.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공간 안에서 관람자에게 일어나는 반응 역시 현실적으로 정상일 순 없겠지만 아무도 그런 관람자를 비난할 수 없다. 즐겁게 놀라고 만들어진 곳인데 놀지를 못하고 딴 생각만 하고 있으면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마음을 놓고 즐겁게 감상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지만 기왕 꾸는 꿈이라면 즐거운 쪽이 훨씬 낫지 않을까?
관람자가 현대예술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작품을 제멋대로 감상해도 된다는 룰을 갖고 만들어진 그녀만의 원더랜드는 ‘즐긴다’라는 마음의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부터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중요한 건 이상한 세계도 현실의 세계도 아닌 세계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다. ‘Play(▶) the Wonderland’展을 통해 그녀의 이상한 나라에 머무르는 동안만은 느긋하게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이번 ‘Play(▶) the Wonderland’展은 서울 팔판동 갤러리 도스에서 9월 11일(수)부터 9월 17일(화)까지 열린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www.gallerydos.com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