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16명의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은 나날이 더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현실은 이처럼 가슴 아프지만 다시는 세월호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남은 자들이 머리를 맞대 새로운 대한민국의 안전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美도 지휘통제 현장 전문기관에 맡겨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전처 구상을 최근 밝혔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안전과 재난관리를 최우선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만큼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가끔 문제 해결을 위한 기구나 조직 그 자체가 문제인 경우는 정말 많이 있어 왔고 과거부터 내려왔던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구조상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중앙재난 관련 기구도 근본적으로 모두 '현장을 지원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 임무이고 책임이며 '지역에 파견된 중앙공무원일지라도 재난시 지역책임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대원칙은 미국·영국 등 모든 선진국의 기본철학이다.
애당초 지방자치를 하겠다는 나라에서 안전과 재난관리만은 별도로 분리해서 중앙집권구조로 가져가겠다는 것이 안전행정부의 오산이고 자만이었으며 그 자체가 재난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방분권과 기능별 리더십이라는 대전제와 철학 없이 말이다.
해양사고나 원전사고·광산매몰 등 특수 재난의 경우에 그 특수성을 인정해 기능별 해당 부서가 주무관청이 돼 재난상황을 통제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공통점이다. 세월호 사건과 같이 배가 가라앉는 긴박한 상황의 재난 발생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중앙 100명의 전문가는 현장 1명의 전문가보다 못하다. 즉 초기 출동한 현장지휘관인 해경함장의 판단과 지휘명령, 그리고 현장요원들의 판단과 대처능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재난관리체계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컨트롤타워 기능이다. 철저한 독립된 지방자치제를 취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각주나 시의 재난현장에 중앙정부가 개입하기 위해서는 그 정당성이 주어져야 하고 연방정부차원의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위해서도 어쩌면 FEMA의 설립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현장 지원이 FEMA 탄생과 기능의 중심이었지 우리가 생각하는 지방정부와 기관들에 명령하고 지휘하는 기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미국인도 FEMA를 권력기관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떤 공무원도 자신들을 지휘 감독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권력기관으로 군림땐 제2세월호 야기
재난업무에는 예외의 기관이 없다. 사고의 종류에 따라 가장 전문적인 기관이 지휘기관(leading agency)이 돼야 하고 타 기관들은 일단 사안별 지휘기관이 정해지면 자발적으로 적극 돕고 따르도록 훈련돼 져야 한다. 책임의 공유는 책임을 전가하거나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 책임자가 달라지는 분권 의식에 바탕을 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적 공직사회의 속성상 국무총리 산하의 새로운 조직은 일사불란한 안전과 재난관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경찰 등 관련 기관들과 지방자치단체를 지휘하며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군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가안전처의 독립된 중앙기관 탄생으로 수평적 협력에 바탕을 둔 기능별 전문기관의 지휘와 통제라는 중요한 가치가 훼손된다면 또 다른 세월호를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동영 새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