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터질라

북한이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위험한 게임을 벌이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미국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주한 미군의 존재와 2개전쟁의 동시수행 불가라는 두 가지 이유로 미국이 당분간은 북한을 결코 공격할 수 없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미군철수는 북에도 위험 전방에 배치된 미2사단 병력을 포함한 주한 미군은 유사시엔 북한군과 육박전을 치러야 할 위치에 있다. 수많은 미군을 살상위험에 노출시킨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공격을 감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2개전쟁의 동시 수행 문제도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전력의 집중화가 요구되는 대규모 작전일 것이라는 점에서 근거가 있다. 아직 공격도 개시되지 않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마무리 되기 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대결수위를 한껏 올려가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 추방, 원자로 재가동에 이어 동해상으로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고, 동해상공에서 북한 전투기들이 미군정찰기를 향해 요격자세를 취하는 등 점차 대응 수준이 대담해 지고 있다. 어디 때릴 테면 때려보라는 투다. 사정거리 60km의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이나 전투기들의 출격은 미국의 항공모함이 출동했을 경우를 상정한다면 자못 심각한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자 미국의 대응도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주한 미군의 감축 및 한강이남 재배치와 2개전쟁의 동시수행능력 확보를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주한 미군의 감축이나 재배치는 대북공격 때 북한의 반격으로 인한 인명의 희생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도이다. 전황이 여의치 않을 때 병력의 철수를 용이하게 하겠다는 뜻도 있다. 주한 미군이 갖는 전쟁 억지력은 쌍방향적이다.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는 우선 남한의 안보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북한 또한 미국의 부담 없는 공격목표가 된다는 점에서 위험해지기는 매한가지다. 앞뒤가 바다로 열려있는 북한의 지형은 해군과 공군력을 주력으로 한 미군의 공격에 여지없이 노출돼 있다. 북한이 믿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두 가지의 미군의 공격불가 전제가 깨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이것은 이라크사태가 어떻게 마무리 되느냐 하는 것과도 연관해서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미국이 속전속결로 이라크 전에서 승리한다면 충천하는 기세로 북한을 압박할 것이다. 북한이 지금처럼 대결자세를 취한다면 공격이 감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북한이 유화적인 자세로 나온다 해도 요구조건이 강화될 것이다. 반대로 이라크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진다면 북한의 기세가 오히려 등등해 지면서 미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은 대북공격에 더욱 신중해 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손상된 국위를 만회하고 도발에 대한 응징의 방법으로 대북공격을 택한다면 결과는 끔찍해질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곤경에 처한 시기에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북핵문제의 가장 소망스런 해법일 듯도 하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이 수년씩 오래 끌 전쟁이 아니므로 북한이 내보일 카드는 내용 못지않게 시기선택이 중요할 것이다. 핵개발 포기만이 살 길 북측은 핵개발이 마치 남측도 위한 것인 양 민족공조론을 주장하면서, 북이 화를 당하면 남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과거의 `불바다`식의 협박을 빼놓지 않고 있다. 남한이 원하는 것은 교류와 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이지 북한의 핵무기가 아니다. 핵무기는남한도 한때 가지려 했으나 그것의 무용함을 알고 포기한 것이다. 북한이 주한미군을 공격한다는 구실로 남한의 인명과 재산을 파괴하려 든다면 이는 용납될 수 없다. 핵개발 포기가 민족공조이자 북한이 살길이다.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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