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담 경감→저축증대→경기 활성화/출처조사 면제 장기채발행 가능성 커문민정부의 최대치적이라고 평가받던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종합과세가 경제난속의 대선을 앞두고 드디어 수술대에 올랐다.
보완을 주창한 당국자의 말을 빌면 「사정용으로 출발한 금융실명제를 경제용실명제로 바꾸자」는 명분이다.
고건 총리와 강경식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 등 새내각의 구성원들이 잇따라 금융실명제의 보완을 언급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금융실명제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내에서 실명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같은 방향에 대해 김영삼 대통령과의 교감을 가졌음을 확인했다.「문민정부 최대의 개혁이 껍질만 남았다」는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일만 남았다.
강부총리의 발언내용은 이미 구체적인 복안을 마련하고 사전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실명제보완의 골격은 첫번째가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금액의 상향조정 및 소득세율 인하 등으로 종합과세의 세부담을 줄이고 두번째가 자금출처조사 등 실명전환자금의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강부총리는 세부담경감을 중시하고 있다. 임명이 발표된 지난5일 신한국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제측면에서 금융실명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취임식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한걸음 더 나갔다. 『실명제의 목적은 형평과세와 지하경제를 없애는데 있다』면서 『종합과세로 세부담이 공평해지는 만큼 세율을 떨어뜨리는게 도리다』고 말했다.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정책을 뒷받침했던 경제논리인 레퍼곡선을 예로들며 세율을 인하해도 세수는 같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높은 세율이 탈세를 조장하고 사업(근로)의욕을 떨어뜨려 낮은 세율과 세수는 비슷하면서 경제활력만 떨어뜨린다는 세율인하 논리다.
종합과세대상자의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율을 낮추거나 현재 4천만원인 종합과세대상금액을 상향조정해도 세수가 줄지않고 경제활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정책논리까지 제시한 것이다. 종합과세대상금액을 인상할 경우 소득세율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부담이 실무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결론적으로 ▲실명제의 최종목표인 종합과세(형평과세)의 기본체계를 유지해 실명제의 근간을 흔들지 않으면서 ▲세부담경감으로 저축을 늘리고 사업(근로)의욕을 높여 경제도 활성화 한다는 복안을 짜깁기 식으로 설명한 셈이다.
두번째인 과거불문은 원칙은 정해졌지만 방법은 불투명하다. 강부총리는 『문민정부가 실시한 실명제가 너무 부정과 비리척결에 중점을 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93년 8월 실명제를 전격실시하면서 ▲실명전환예금중 5천만원 이상을 국세청에 통보하고 ▲2억원이상에 대해서는 자금출처조사를 실시한 내용을 문제삼은 것이다.
강부총리가 지난 82년 5공초 재무부장관으로 실명제를 입안하면서 과거를 불문하는 대신 10%의 과징금을 물리는 이른바 도강세를 추진했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일년이 지날때마다 10%씩 실명미전환과징금(현재 40%)을 추가하는 제도가 있는데 과징금을 대폭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요구하고 있는 무기명채권의 도입은 실명제와 완전히 배치되므로 도입될 가능성이 적다. 단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하는 장기채권의 발행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자금출처조사면제로 상속·증여세가 탈루되는 것을 막기위해 이자율을 낮게 책정할 경우 자금도 양성화하고 상속·증여세를 징수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명제 보완논의는 현제도가 충분한 검토없이 시행돼 갖가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어 불가피한 것으로 일단 평가된다. 그러나 뚜렷한 근거없이 경제난의 원인을 실명제에 돌리고 있어 도리어 제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종합과세를 종이호랑이로 만들고 있는 차명거래를 불법화하는 방안 등 실명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는 실종됐기 때문이다. 정치적 냄새를 지울수 없게 하는 부분이다.<최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