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접은 민주, 강온 갈등 속 투쟁기조 '고심'

11일부터 일단 국회 일정 정상 참여키로

민주당이 10일 장외투쟁의 상징이던 서울광장 앞 천막당사를 철거하면서 향후 정국 대응 기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미 투쟁의 무게중심이 원내로 옮겨진 상황이지만 구체적 전술을 놓고 강온파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이에 더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이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관한 특검 도입과 법안·예산안의 연계 방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8일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전반에 대한 '원샷특검' 카드을 내세우며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에 나섰던 민주당은 일단 11일부터 국회 일정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11∼12일 황찬현 감사원장, 1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13일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혀있는데다, 국회 일정을 계속 거부할 경우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앞으로 원내에서 '원샷특검'과 국정원개혁특위 설치를 위한 총력전을 펴는 한편 오는 12일 출범하는 범야권 공동기구 활동을 지렛대로 장외동력을 살려나가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 그룹은 더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주문하며 지도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엄중한 정국인데 지도부의 상황 인식이 다소 느슨하다는 주장이다.

당 일각에서는 18일 국회에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 강경파는 원내 지도부에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김태년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권력이 헌법 위에 군림하며 반대파를 제거, 일당독재를 장기화하려는 파시즘체제의 전조가 보인다"며 "박근혜정부의 역사퇴행과 민주주의 말살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이는 정치적 이해득실의 문제도,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갈 대상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또 "민주당이 앞장서 공포정치, 억압통치를 종식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당장의 지지율 부침을 얘기하는 것은 존망의 기로에 선 민주주의에게 사치스런 호사에 불과하다"고 강경 투쟁을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강온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모양새다.

특히 지도부 내에서 특검 도입과 국정원개혁특위 설치 문제를 예산·법안 처리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와중에 안 의원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검 및 국정원 개혁 공조 과정에서 자칫 안 의원과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중진 의원 만찬을 시작으로 그룹별로 의원들을 만나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한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오는 15일 의총도 예정돼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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