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설경기 골든타임 놓치지 말자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금융위기 이후 침체를 거듭하던 건설시장에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꿈쩍도 않던 지표들이 들썩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건설산업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타서 불황에서 벗어나거나 또는 기회를 놓쳐 더 깊은 늪으로 빠지거나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추이부터 보자. 지난 2007년 128조원에 달하던 수주금액이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91조원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의 분기 동향에서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3·4분기까지 전년동기 대비 계속 감소하던 수주액이 4·4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추세가 올 1·4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4·4분기의 추세전환은 당기수주액이 높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단순히 기저효과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불황 벗어날까 더 빠지나 기로에

그러나 1·4분기 증가세는 공공수주 물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예산의 조기 집행, 지방선거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기저효과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평상시 민간의 비중이 공공에 비해 배 이상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높은 공공지출에 의존하는 성장은 계속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동행지표인 건설투자는 2012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다가 지난해 반전해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이는 투자가 수주에 약 1년반 정도 후행하므로 경기부양을 위해 2011년 하반기~2012년 상반기에 증가한 건설수주의 기성진척 등 정책효과에 기인한다. 1·4분기에도 투자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증가세는 4.1%로 둔화됐다. 2012년 하반기 이후 수주실적을 고려하면 건설투자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여건에 큰 변화가 없다면 올해 건설투자는 상고하저의 양상을 보이며 전년 대비 1%대 중반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건설수주는 11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전년보다는 증가하나 100조원에 못 미치며 여전히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수주는 하반기에 감소세로 돌아서 35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민간수주액은 최대 65조원 정도로 침체 직전인 2007년 민간수주액 91조원에 비해 크게 저조할 것이다. 따라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향후 경기 정상화 여부는 민간수주 회복, 특히 민간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민간주택 수주 회복세에 달려 있다.

주택규제 완화 경기 불씨 살려야

국가 기간산업이면서 내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산업의 회생은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후퇴냐 또는 전진이냐 기로에 놓인 건설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까닭이다. 정부가 돈으로 물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제2경부고속도로와 같은 재무적 타당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민간자본을 유치한다면 예산집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시설을 공급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민간주택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2월에 발표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대책'이 보완돼야 한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시장이 충분히 건강을 되찾은 후 추진해도 될 목표이므로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또는 완화된 형태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아울려 분양가상한제 철폐, 금융규제 완화, 주택공급 규칙 개편 등이 시행된다면 주택시장 정상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정부와 국회의 현명한 대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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