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젖은 오거스타 최경주 ‘운명의 티샷’

최경주(33ㆍ슈페리어ㆍ테일러메이드)가 제67회 마스터스에 출전하기 위해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다. 자력으로 출전권을 얻은 최초의 한국인 골퍼 최경주는 10일 오후11시(현지시간 10일 오전10시)로 예정됐던 대회 1라운드를 치르기 위해 일찌감치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290야드)에 도착했지만 악천후로 1라운드가 순연되는 바람에 연습장에서 하루를 더 보냈다. 대회본부는 지난 7일부터 계속된 비가 대회 개막일인 10일에도 이어져 코스 상태가 악화되자 티 오프 시간을 30분, 2시간 20분 연기시켰다가 11일 새벽1시(현지시간 10일 정오)께 1라운드 연기를 전격 결정했다. 마스터스 1라운드 경기가 순연되기는 지난 39년 제4회 대회 이후 6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마스터스 1, 2라운드는 11일 저녁8시30분(현지시간 11일 오전7시30분), 12일 새벽2시30분(현지시간 11일 오후1시30분)에 시작됐다. 대회본부는 늦춰진 일정을 감안해 당초 11분이었던 티 오프 간격을 10분으로 줄이고 전원 1번홀 출발에서 1ㆍ10번홀 동시 티오프로 방침을 바꿨다. 최경주는 마스터스 최다승(6승) 기록자인 잭 니클로스, 지난해 US아마추어 준우승자인 헌터 마안과 11일 저녁10시10분, 12일 새벽3시20분에 1, 2라운드를 시작했으며 대회 사상 첫 3연패에 도전하는 타이거 우즈는 최경주보다 40분 늦게 1라운드에 돌입했다. 한편 1라운드 연기 소식을 들은 최경주는 드라이빙 레인지로 직행, 스윙 코치인 필 리츤의 도움을 받으며 빗속에서 약 2시간 가량 샷 연습에 몰두했고 이후 쇼트게임 연습장에서 또 3시간을 보내는 등 막판 훈련에 땀을 쏟았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페이드와 드로, 스트레이트 등 구질을 마음대로 전환하는데 역점을 둬 연습했다”고 밝힌 최경주는 “몸이 굳지 않게 하기 위해 실전처럼 연습했을 뿐”이라며 “하루 36홀 플레이는 흔한 일이고 특히 이번 마스터스를 앞두고 지난 주부터 27홀 및 36홀 실전 라운드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알림: 일부 지역 11일자에 게재된 1라운드 시작 기사를 정정합니다. 시차 관계로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리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모저모 O…비가 계속된 데다 둘째 날 36홀 플레이를 치르게 됨에 따라 `장타와 체력`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페어웨이가 흠뻑 젖어 볼이 떨어진 뒤 구르지 않기 때문에 샷을 얼마나 멀리 보내느냐가 홀 공략의 키 포인트가 될 것이며 36홀 라운드에도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O…올해 대회는 또 볼에 진흙이 잔뜩 묻을 수도 있기 때문에 파워풀한 스윙으로 흙의 저항을 이겨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스는 전통적으로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ㆍ진흙 등으로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볼을 닦아 옮겨 놓을 수 있도록 로컬 룰로 정하는 것)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러프의 진흙 속에 박힌 경우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 일부 선수는 이런 상황을 감안, 일부러 볼에 진흙을 묻혀 샷 연습을 하기도. O…1라운드가 순연되자 드라이빙 레인지에는 선수들뿐 아니라 내로라 하는 골프 코치들이 등장, 눈길을 끌었다. 타이거 우즈와 결별한 부치 하먼은 이날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과 애덤 스코트의 스윙을 잇따라 점검해주며 분주한 모습. O…올해는 마스터스 우승자인 원로 골퍼가 대회 첫 티샷을 하는 전통행사 오너러리 스타트(Honorary start)가 없어져 팬들을 아쉽게 했다. 지난 63년부터 시작된 이벤트로 대회 본부는 지난해 이 행사를 치렀던 샘 스니드가 마스터스 직후인 5월에 타계, 적격자가 없자 아예 이벤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 <오거스타내셔널GC(미국 조지아주)=김진영기자 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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