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념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성은 이제 더 이상 음지에 머물러 있지 않다.
부끄러워 은밀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얘기되던 성은 이제 공개된 장소에서도 거리낌없이 토론할 정도가 됐다.
이 같은 성관념 변화는 서구화와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 등에 따른 현상이다.
1990년대만 해도 병원을 찾는 성기능 장애 환자는 주로 20~30대였지만 요즘은 50~60대도 성기능 장애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다. 노년에도 성을 주체적으로 즐기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전용도로나 국도변 한적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자동차를 세워놓고 ‘성인용품’을 팔고 있다. 붉은 네온사인의 성인용품 가게도 이제 도심 한복판에서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1969년 10월21일 인류사상 처음으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성 박람회가 열렸다. 성을 주제로 한 박람회였던 만큼 개막식부터 파격이었다.
개막식 테이프 커팅은 수염을 기른 대회 개최자 2명이 대회장 입구에 걸쳐놓은 여자의 속옷을 가위로 자르는 것으로 대신했다.
개회사도 고리타분한 연설이 아니라 반라의 아가씨를 연단에 올려놓고 온몸에 페인트칠을 함으로써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호기심 가득한 신사들이 대거 코펜하겐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성 문제 전문가들이 전세 비행기에 몸을 실을 정도였다.
박람회장은 야릇한 포즈의 사진들로 가득 채워졌고 가슴을 온통 드러낸 토플리스 안내양들이 관람객을 맞았다.
가랑잎으로 중요 부위를 겨우 가린 남자 악단들이 비틀스 선율을 연주하기도 했다.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들은 카메라 앞에 나타나 온갖 교태를 부렸다. 그 가운데 18세 되는 한국 태생 처녀도 있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박민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