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돈구하기 어렵네”

개발도상국들이 민간대출 격감으로 소요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은행(WB)은 2일 `2003년 글로벌 개발금융현황 보고서`를 통해 민간 신용 공여기관들이 채권회수 불능사태를 우려, 개도국에 대한 신규대출을 기피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개도국들은 이 때문에 해외근로자의 본국송금과 외국인직접투자(FDI)로 부족재원을 메우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의 작성책임자 필립 서틀은 “세계경제가 침체를 겪던 2001년과 2002년에 특히 민간대출 감소 폭이 컸다”며 “축소된 개도국의 민간차입이 당장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개도국들의 지난해 기존대출 상환액은 신규대출액보다 90억달러나 많았다. 보고서는 지난 1999년 1,790억달러를 기록했던 개도국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작년에 1,430억 달러로 줄긴 했으나 그래도 가장 큰 해외자금조달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총 527억달러의 FDI를 유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본 유치국으로 올라섰다. 또 1998년에 600억달러였던 개도국의 해외근로자 본국송금액이 작년에는 800억달러로 늘어 부족재원 보충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민간대출의 급격한 증감(增減)반복이 지난 97년 동남아시아와 지난해 중남미 금융위기를 초래한 중대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FDI와 해외근로자 본국송금이 더 안정된 형태의 자금조달원이라고 덧붙였다. 서틀은 “부채에 대한 과다의존이 많은 나라들에 문제를 일으켰다”며 “앞으로는 개도국에 대한 자본흐름이 덜 불안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비(非)금융회사들의 경우 성장잠재력을 갖춘 개도국이 늘어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개도국은 앞으로 2년간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에 힘입어 6% 이상의 고도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전망했다. 이와함께 2003년과 2004년 이 지역 경제성장률을 각각 6.4%와 6.6%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신속히 해결되지 않거나 고유가 시대가 예상보다 오래 갈 경우 이 지역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장순욱기자 swc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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