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각 사업장에서 근로자 임금을 기존보다 낮추는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는 사례가 잇따르자 방하남(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방청장들에게 '엄정한 조치'를 지시했다.
방 장관은 7일 오후 대전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지방고용노동청장 현장점검회의'에서 "통상임금 판결을 계기로 사용자가 편법으로 취업규칙을 바꿔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며 "지방관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적법성 여부를 철저히 판단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반적인 통상임금 인상이 예상된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 등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데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한 사용자들이 취업규칙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계속 나타나자 방 장관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경기도의 B사는 정기상여금 일부만 기본급에 합산하고 휴일근로수당을 깎아 1인당 연간 임금을 538만원 줄이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안을 만들어 근로자들에게 동의를 강요했다. 또 다른 업체는 상여금을 없애고 기본급을 올리는 식으로 취업규칙을 바꾼 결과 근로자 월 수령액이 5만원 줄었다.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담은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바뀔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처럼 교묘하게 취업규칙을 바꾸거나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동의를 강제하는 실정이다.
고용부는 취업규칙 변경시 사용자가 근로자와 성실하게 협의하지 않거나 적법하지 않은 경우 근로감독관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시정명령을 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변경된 취업규칙은 무효화하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방 장관은 또 "노사 간 통상임금을 둘러싼 단기적 이익 다툼을 자제하고 사업장 실정에 맞게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만드는 것이 양쪽에 모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방 장관은 농축산업 근로자와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생, 육아휴직을 못 쓰고 있는 여성근로자 등 취약근로자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하는 데 근로감독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또 최근 서울 송파구 버스사고와 관련해 서울 중부청 광역감독팀에는 운수업체의 장시간 근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