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지방 곳간' 채우려 부동산대출 완화 … 中정부 잘못된 선택 되나

불황에 일부 도시 재정수입 60%까지 급감
구조조정보다 손쉬운 부동산개발 택해
"가계 부실대출 급증 → 금융위기 부를수도"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의 재정 파탄에 두 손을 들었다. 거품을 우려해 죄여왔던 부동산 규제를 풀어 준데 이어 이번에는 대출 정책도 완화했다. 지난 2010년 이후 4년 만에 정책변화다.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성 확대를 막기 위해 꽁꽁 묶었던 부동산 관련 대출조건을 풀어준 것을 두고 "경기부양의 책임을 일반 서민들에 떠넘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구매해 부동산 경기를 되살려 지방재정 수입을 늘리겠다는 속셈이란 지적이다. 조셉 렁 스탠다드엔푸어스(S&P)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중국 지방정부는 부채축소를 위한 비핵심지출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하는 구조조정 보다는 부동산 개발을 통해 손쉽게 재정수입을 늘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둔화에 급해진 중국 인민은행이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악화 될 대로 악화된 지방재정을 살리기는커녕 부동산 거품 붕괴를 통한 금융위기 가능성에 기름을 붓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지방재정수입 20%가 부동산=지난달 중국 70개 도시 중 68개 도시의 주택 가격이 하락할 정도로 중국 부동산 시장은 내리막을 타고 있다. 특히 부동산의 불황은 지방재정 수입 감소에 직격탄이 됐다. 2일 S&P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정부의 총수입 중 20%가 부동산 관련 수입으로 집계됐다. 토지임대세, 인지세, 토지사용세, 토지가격증가세, 건물 임대세 등 세제에 포함된 수입과 함께 부동산 개발업체가 지방정부에 내는 소득세와 영업세까지 부동산관련 수입은 지방정부 재정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 들어 부동산 거품 붕괴가 현실화되며 지방정부의 부동산 관련 수입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일부 도시의 경우 부동산 관련 수입이 반토막이 났고 전국적으로도 지난해에 비해 20~30% 가량 수입이 감소했다. 유령도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네이멍구 어얼둬쓰, 랴오닝성 톄링, 허난성 정저우, 장쑤성 전장, 후베이성의 스옌, 윈난성의 쿤밍 등은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되며 전체 재정수입의 60% 가까이가 감소하며 지방정부가 파산 위협까지 당하고 있다.

◇돈 빌려 집을 사라= 인민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부동산 대출 조건 완화를 두고 중국내 경제학자들조차도 '잘못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발표된 대출조건 완화의 핵심은 각종 대출 혜택이 주어지는 생애 첫 주택의 개념을 확대한 것이다.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고 다시 대출을 받을 경우 생애 첫 주택 구입자로 간주해 계약금 비율을 30%, 대출금리 최저한도를 기준금리의 30%까지 낮춰 준다. 기존에는 부동산 규제차원에서 두 번째 주택구매 대출 시, 계약금 비율은 60%,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의 1.1배 이상 돼야 한다는 조항이 적용됐다.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세 번째 주택 구매 시 대출 지급을 무조건 중단했던 규정을 바꿔 차입자의 대출상환 능력과 신용상태 등을 고려해 은행이 판단할 수 있게 했다. 차오웬졍 중국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좀 더 좋고 넓은 집을 구하려는 실수요자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기둔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수요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투기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아 가계부채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금리 30%까지 대출금리를 낮출 경우 은행이 손해를 볼 확률이 높은 만큼 실제 대출 금리가 정부발표 만큼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실대출 키울 수도=이미 중국도 가계부채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며 주택담보대출이 급격이 늘어난데다 올들어 부동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며 부실대출비율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1ㆍ4분기까지 중국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약 10조 5,200억 위안으로 2005년 말 약 1조 8,600억 위안에 비해 6배나 증가했다. 증가율도 1ㆍ4분기 20.4%로 4분기 연속 20%대 증가율이 지속됐다. 이렇게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급증세를 보이며 상업은행의 가계 부실대출 중 부동산 대출비중이 2010년 48.7%에서 2013년 35.3%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30%대를 넘어서고 있다. 대출로 산 10채의 집중에 3채는 은행권의 부실대출인 셈이다.

S&P는 지방정부가 부동산 수입 감소에 따른 재정압박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자산매각이라고 지적했다. 과잉생산으로 쌓여있는 지방 국영기업의 재고자산을 처분하고 보유한 국영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이 재정압박의 완충제가 될 것이라고 광다증권은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방정부가 자산을 처분해 재정수입을 늘린 경우는 네이멍구자치구가 지방 국영기업인 네이멍구바오강강련의 재고자산을 486만 위안이란 헐값에 판 사례 밖에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